▶ 수요 기획-FBI를 해부한다
▶ 요원 3만6천명, 미국 최고 수사 치안기관
미 정국을 흔들고 있는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 의혹과 관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 전격 해임한 이후 논란이 거세지면서 FBI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코미 전 국장이 지난해 대선 직전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의 이메일 문제 재조사를 전격 공개하면서 클린턴 후보에게 큰 타격을 입힌데 이어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에도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 측을 압박하는 등 FBI의 영향력이 백악관과 대선 주자들까지 뒤흔드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안보와 치안을 책임지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최대 수사기관인 FBI는 어떤 곳이며 어떤 역사와 조직을 가졌는지, 그리고 그 권한과 역대 수장들에 이르기까지 FBI의 모든 것을 해부해본다.
■탄생 배경과 조직, 기능
연방 정부가 미 전역을 아우르는 수사기관으로 법무부 산하에 지금의 연방수사국(FBI) 기능과 유사한 조직인 ‘수사국’을 처음 신설한 것은 1908년 7월26일이다. 당시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찰스 보나파르트 법무장관에게 독립적인 수사기관을 만들도록 지시했다. 이것이 30여명 요원들을 뽑아 ‘수사국’이라는 뜻의 BOI(Bureau Of Investigation)라는 조직이 출범하게 된 계기다. 이후 명칭이 ‘수사부’(DOIㆍDivision Of Investigation)로 바뀌었다가, 1935년부터 지금의 연방수사국(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 즉 FBI가 됐다.
FBI는 미국 연방 정부 직할의 최고 수사기관이다. 미국 내에서 벌어지는 테러 공격, 간첩 행위, 사이버 범죄, 대량 파괴무기로부터 미국과 시민을 보호하는 것, 또 온갖 종류의 공공부패, 조직범죄, 경제범죄, 폭력범죄를 다룬다. 즉, 모든 범죄에 대한 수사를 총괄하고 정보 수집을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FBI는 전 세계를 무대로 첩보 수집 및 정보활동을 하는 중앙정보국(CIA)과는 달리 미국 국내에만 관할권을 가지고 있지만, 미국은 물론 해외 주요 국가들에 수사요원과 직원 약 3만6,000명을 둔 세계 최고의 수사·정보기관이다. 워싱턴 DC의 펜실베니아 애비뉴에 본부가 있으며 LA를 비롯한 미국내 각 지역에 지부를 두고 거미줄과 같은 수사망을 형성하고 있다.
■영욕의 역사
FBI가 본격적으로 명성을 날리기 시작한 것은 미국이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던 1930년대다. 살인·강도·유괴 등으로 악명을 날리던 범죄 단체를 미국 전역에서 일망타진한 덕에 온 국민의 박수를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미국에서 암약하던 나치 독일과 소련 스파이를 색출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다. 이처럼 FBI가 수사 성과를 높인 데는 1920년대에 도입한 도청기의 위력이 컸다. 주류 밀매자 체포에 처음 쓴 도청은 점차 일반 범죄는 물론, 스파이 색출에도 활용한 최첨단 수사 기법이었다.
이에 따라 FBI는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 시절 국외 첩보까지 관장할 정도로 권한이 커졌고,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스파이 색출을 명분으로 무차별 도청과 감시를 해 고급 정보를 대거 축적했다.
FBI는 창설 이후 꾸준히 위상을 높여나갔으나 1947년 처음 시련을 맞는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과도하게 비대해진 FBI를 견제하려고 중앙정보국(CIA)을 만들어 국외 첩보 기능을 떠넘겼기 때문이다. FBI는 정보수집 범위가 국내로 제한돼 한동안 위축되는 듯했으나 1950년대 매카시즘’ 반공 열풍을 타고 부활한다.
■FBI의 공과
FBI가 워낙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 탓에 많은 과오도 남겼다. FBI는 대통령이나 의회 지도자, 종교 지도자 등과 충돌했을 때 비밀정보를 악용해 상대를 굴복시킨 전례가 많다. 또 진보 성향의 아인슈타인, 찰리 채플린 등 할리웃 스타, 언론인, 과학자 등의 약점을 들춰 협박하기도 했다.
이같은 FBI의 X파일에 오른 인물은 미국인만 43만 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선 후보들은 예외 없이 사찰했고, 현직 대통령의 혼외정사나 가족의 약점까지 낱낱이 수집했다. 사진이나 녹음테이프 등에 해당 자료를 담았다가 필요할 때 써먹었다.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는 FBI가 집중하여 괴롭힌 인물이다. 인종차별 철폐 운동의 아이콘으로 평가받는 킹 목사는 노벨 평화상까지 받았으나 FBI에는 요주의 대상이었다.
FBI의 탈선과 권력 남용은 에드거 후버 국장 시절에 가장 심했다. 후버는 수사력을 인정받아 29세에 일약 수장으로 발탁돼 1972년까지 무려 48년간 일해 G맨(FBI 요원)의 전설로 불린다. 두 차례 세계대전, 냉전 시대, 베트남 전쟁 등을 거치며 미국이 세계 최강국으로 부상한 데 큰 역할을 한다.
미국을 지키는 최후 보루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으나 사후에는 정반대 평가가 쏟아졌다. 불법 도청과 협박, 부패로 점철된 행적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캘빈 쿨리지부터 리처드 닉슨까지 대통령 8명이 후버를 거쳐 갔으나 누구도 그를 함부로 해임하지 못했다. FBI가 대통령은 물론, 가족까지 뒤를 캐 축적한 엑스 파일이 불거지는 게 두려웠기 때문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후버를 몇 차례 해임하려다 여성 스캔들로 되치기를 당해 두 손을 든 것으로 알려졌다. 존 F. 케네디 대통령도 후버와 각을 세웠다가 포기했다. 케네디의 마피아 거래와 혼외정사 정보를 후버가 꺼내 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막강 권력에 염증을 느낀 연방 의회는 1968년 개선책을 마련, FBI 국장을 대통령이 임명하고 상원이 인준하되 임기는 10년 이내로 제한한 것이다. 이후 FBI는 미국 안보와 치안을 책임지는 고유 기능에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워싱턴 DC 펜실베니아 애비뉴에 위치한 FBI 본부 건물.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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