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을 앞두고 TV와 라디오를 점령한 상업광고는 ‘블랙 프라이데이’ 프로모션과 할인에 관한 것들이다.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블랙프라이데이는 연말 샤핑시즌이 공식적으로 시작되는 날. 블랙 프라이데이에 이어 다음 주 월요일은 온라인 업체들이 대규모 할인을 벌이는 ‘사이버 먼데이’이다.
이렇듯 거센 대형 업체들의 연말할인 공세 속에서 스몰 비즈니스들도 분투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카드회사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영세 업소들에도 연말경기의 온기를 느끼게 해주자는 취지로 지난 2010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스몰비즈니스 새터데이’ 캠페인은 이들에게 든든한 원군이 되고 있다. 블랙 프라이데이와 사이버 먼데이 사이 토요일에는 동네 스몰비즈니스에서 샤핑하자는 이 캠페인은 소비자들의 호응 속에 전국적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스몰비즈니스 새터데이의 취지에 공감한 소비자들이 이날 하루 지출한 돈은 57억달러에 달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적극적 홍보와 소비자들의 반응,그리고 경기회복세 등에 비춰볼 때 올 스몰비즈니스 세터데이인 오는 29일 지출액은 지난해보다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비단 이날 뿐아니라 평소에도 스몰비즈니스에서 돈을 쓰고 물건을 사자는 ‘샵 스몰’(Shop Small)은 미국 경제에 중요한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매년 스몰비즈니스 새터데이를 앞두고 업체들로부터 ‘네이버후드 챔피언’ 신청을 받는다. 네이버후드 챔피언으로 선정된 업소들은 프로모션에 필요한 자문과 판촉품 등을 지원 받는다. 올 신청은 이미 마감됐지만 내년부터는 한인업소들도 문을 두드려 볼만한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이 업소들에 네이버후드 챔피언이라는 호칭을 붙인 것은 아주 적절해 보인다. 경제의 형태와 규모가 많이 달라지고 있지만 스몰비즈니스는 여전히 미국 경제에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미증유의 경기침체기를 포함한 지난 10년 동안 미국에서 새롭게 생겨난 민간부문 일자리의 3분의 2는 중소기업이나 독립 소매업소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독자적인 커뮤니티를 형성해 살아가는 이민자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돈이 순환되면서 이것은 일자리로 이어지고 일자리는 소비를 촉진해 전체 경제를 살찌워 준다. 커뮤니티 은행과 업소들의 관계만 떠올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순환논리다.
그러니 동네 스몰비즈니스들을 네이버후드 챔피언이라 부른다 해도 하등 지나칠 것이 없다. 작지만 강한 독일 중소기업들을 보통 ‘히든 챔피언’이라 부르는데 스몰비즈니스들도 히든 챔피언 자격이 충분히 있다.
밤을 새우거나 이른 새벽부터 줄을 서서라도 물건 값을 절약하겠다는 소비자들을 탓할 수는 없다. 소비자들이 낮은 가격을 찾아 움직이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리고 대형업체들의 할인과 저가공세를 동네 업소들이 견뎌낼 재간은 별로 없다. 이것이 우리가 목격해 온 현상이며 이런 추세를 조금이나마 되돌려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 스몰비즈니스 새터데이다.
우리가 업소에서 구입하는 것은 물건만이 아니다. 우리는 그곳에서경험과 서비스도 구입한다. 작은 업소들만이 안겨줄 수 있는 정서적 이득이 있는 것이다. 여기에 스몰비즈니스들을 위한 생존전략이 숨어 있다. 가격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이 의외로 많다. 추수감사절 토요일에 동네 업소를 찾아 지갑을 열고, 인터넷에서 공룡 유통업체인 아마존의 낮은 가격만을 찾기보다 조금 비싸도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군소사이트들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동네 업소들이 흔들리면 공동체적 가치는 위협받게 돼 있다. 이른바 ‘월마트 현상’에 의해 동네 업소들이 문을 닫으면서 생겨나는 지역 황폐화는 건강하지 못한 경제 생태계를 상징한다. ‘가격파괴’가 파괴하는 것은 단지 가격만이 아니다. 생태계를 유지시켜 주는 것은 종의 다양성이다. 스몰비즈니스 새터데이는 그런점에서 ‘경제 생태계 보존 캠페인’이라고도 볼 수 있다.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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