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노동자는 크게 줄고 대졸자는 폭발적 증가
▶ 대졸자 100명당 적정 일자리 88개 불과... 공장노동자는 구인난 가중으로 임금 급등
<홍콩> 고향 하베이성에서는 농부로, 그리고 내몽고에서는 광부로 평생 일해 온 왕진핑(49)이 말쑥한 양복차림으로 취업알선 사무소에서 청소요령 교육을 기다리고 있다. 이 교육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베이징 지하철에서 어떻게 청소를 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는 과정이다.
고교 졸업자인 왕은 지난 해 임금이 절반으로 깎이자 광부 일을 그만 두었다. 아직은 월 320달러의 돈을 주는 청소일을 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왕은 “수도 베이징은 문화와 정치적 교환의 창구이다 그래서 일자리를 쉽게 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의 직업시장은 현재 불균형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농업관련 일은 수년간 감소추세이다. 도시화와 경제적 변화의 결과이다. 제조업도 스트레스 징후를 나타내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부채증가와 과잉 생산설비로 골치를 앓고 있다.
물류와 소매, 정보 기술, 보건 등 중국의 서비스 산업들은 활황이다. 일자리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서비스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은 3억명으로 추산된다. 세게 최대 규모인 중국 노동력의 약 40%에 달한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직업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왕진핑 같은 비숙련 혹은 반숙련 노동자들은 중국내의 이주노동자들이 줄어들면서 과거보다는 좀 더 따져가며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 동시에 대졸자들이 급증하면서 고임금 화이트칼라 일자리들은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직업시장은 중국 정책결정자들에게 쉽지 않은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수십년 동안 중국의 도시노동력은 급팽창하고 임금은 두 자리씩 인상돼 왔다. 이 기간 동안의 고속성장과 비슷하거나 이를 넘어서는 추세였다. 현재 중국의 경제전망은 둔화세이다. 1분기 총생산은 7% 늘었지만 이는 분기별로 2009년 이후 최저치이다.
중국 지도부는 직업시장이 유지되는 한 성장둔화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드러내 왔다. 중국정부는 최근 금리 이하와 대출 확대 등 경제를 지탱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아직까지는 건실한 직업시장을 이유로 좀 더 공격적인 조치들은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차이나 베이지북 인터내셔널의 릴랜드 밀러 대표는 “중국정부는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최소한의 조치들만을 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움직임은 일본, 그리고 유럽과 대조적이라고 덧붙였다. 리거창 중국총리는 최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경제가 중요하다며 국내총생산 증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이런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지난 해 중국의 새로운 일자리는 1,320만개였다. 중국정부 목표인 1,000만개를 훌쩍 넘어선 수치이다. 하지만 이 목표는 총 수자일 뿐이다. 없어진 일자리는 계산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소득증가율이 떨어지고 있다. 그동안 두 자리 수에서 지난해는 8%로 낮아졌다. 소비 감소는 서비스 분야의 일자리 감소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베이징 아시아개발은행의 중국경제 담당자인 유르겐 콘래드는 “이주노동자들을 포함한 근로자들이 연간 15~20% 임금 인상에 익숙해 있다가 갑자기 8~10%로 떨어진다면 어떻게 반응하겠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위험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헤아리기 힘든 요소들이 잠복해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구조적 변화의 규모를 볼 때 고용 분야 등에서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쉽사리 예측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직업관련 통계는 선진경제들보다 수준이 떨어진다. 예를 들어 분기별로 발표되는 공식적인 도시 실업률은 지난 10년 동안 4%에서 4.3% 정도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실업률은 달성이 쉽지 않은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이보다 더 직업시장의 건강성을 헤아릴 수 있는 것은 임금과 고용 추세를 살펴보는 일이다. 최근 두드러진 두 가지 추세는 이것이다. 우선 이주노동자들이 점차 부족해지고 있다. 반면 대졸자들은 급속히 늘고 있다. 화이트칼라 일자리 부족으로 대졸자들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직업을 갖기가 점차 힘들어지고 있다.
광주의 한 부엌 캐비넷 공장 책임자는 “경제가 별로 좋지 않은데도 노동자 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공장들은 대부분 1억7,500만명에 달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 증가는 매년 1%정도에 불과하다. 경제성장 속도에 훨씬 못 미친다. 그 결과 노동자들의 임금은 크게 오른다. 캐비넷 공장 책임자는 임금이 1년에 20%까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그동안 고속 성장을 해 올수 있었던 것은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주하는 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이들 덕분에 경제 생산성이 치솟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추세가 둔화되면서 경제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 한 경제전문가는 “노동자들의 도시이주는 이제 이뤄질 만큼 이뤄졌다. 농촌에 남은 인력은 너무 어리거나 나이 든 계층들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치열한 입시경쟁을 뚫고 대학교육까지 받은 젊은층의 구직전망은 그리 좋지 못하다. 중국의 대학졸업자는 10년 전에 비해 두 배나 늘었다. 일자리 공급과 수요 사이에 불균형이 심각하다. 공식 자료에 따르면 100명의 대졸자 당 대졸자격 일자리 수는 88개에 불과하다. 반면 고졸자들에게는 100명당 104개의 일자리가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점차 많은 제조업체들이 관리직에서 일한 대졸자들을 고용하고 있다. 대졸자들도 조립 라인 일이 아니라면 공장 일도 상관없다는 반응들이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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