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고은(24)에게 단기 목표를 물었다. 그 목표를 연기로 한정하지는 않았다.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생활인 김고은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다. 그는 별다른 고민 없이 답했다. “다음 작품 잘하는 거요. 걱정이에요. 곧 촬영 들어가는데….”
‘차이나타운’(감독 한준희)은 김고은의 세 번째 영화다. 굳이 따지자면, 그는 신인 배우다. 그런데 누구도 그를 이제 막 세 번째 작품을 마친 배우로 생각하지 않는다. 강렬한 데뷔작으로만은 이 같은 느낌을 설명할 수 없다. 그게 무엇인지 정확하게 말하기는 힘들지만, 그는 배우 같다. 김고은의 연기경력은 고작 3년이다.
툭 던진 목표에 관한 질문에 별다른 고민 없이,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다음 작품을 이야기하는 김고은의 그 ‘별다를 게 없음’에 김고은 자신도 모르는 어떤 힘이 있는 걸까. 연기에 대해 생각한다는 건 그에게 일상 같았다. 배우가 직업이 된 사람에게 이는 이상한 말 일수도 있지만, 업무와 여가를 다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걸 떠올리면 김고은은 분명 평범하지는 않다.
“‘일영’의 감정을 정확하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번 영화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버려진 아이 ‘일영’이다. 지하철 물품 보관함 10번에 버려져 일영이다. 그는 차이나타운 조직의 보스에게 길러진다. 일영은 일종의 해결사다. 돈을 갚지 않는 사람을 찾아가 돈을 받아내는 사채업자의 끄나풀이다. 그런데 그가 흔들린다. 한 남자에게서 자신의 세계에서는 본 적 없는 빛을 본다. 그 찰나가 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든다.
캐릭터 자체가 흥미롭지는 않다. 일영은 장르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이다. 재미있는 건 김고은의 연기가 계속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은교’(2012)에서 그는 이미지의 덕을 봤다. 사람을 말갛게 쳐다보는 그 눈이 연기였다. ‘몬스터’(2014)에서 그는 ‘동네 미친년’으로 불리는 복순을 맡아 그 얇은 몸으로 무시무시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그리고 ‘차이나타운’. 일영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다. 어쩌면 일영은 감정이 뭔지 모르는 인물이다. 이 변화 때문에 ‘정확한 연기’라는 김고은의 말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신중하게 하려고 했어요. 단순하게 보이고 싶지 않았거든요. 일영에게는 미묘한 감정 변화가 생기잖아요. 그런데 그게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죠. 그런데 저는 그걸 전달해야 하니까, ‘정확하게’라는 말은 그런 것 같아요.”
김고은은 자신의 연기를 “시행착오를 겪을 시간이 많지 않았다”는 말로 설명했다. 경험이 많지 않지만, 그는 주인공을 연기하는 배우다. 그리고 그가 한 영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다. 박해일에게 기댈 수 있었던 ‘은교’를 지나 이민기와 대등하게 출연했던 ‘몬스터’, 김혜수가 있긴 하지만 ‘차이나타운’은 결국 일영의 이야기이고 김고은이 주인공인 작품이다. 이를 모르지 않는 김고은이다. ‘차이나타운’은 그가 처음으로 작품 전체를 보려고 노력한 영화다.
“전에는 잘 몰랐어요. 아무것도 몰랐죠. 이번 작품 들어갈 때는 각오가 조금 남달랐어요. 영화 전체를 보면서 연기하려고 했거든요. 감독님을 많이 괴롭혔어요. 감독님과 시간 날 때마다 대본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눴고, 한 신(scene) 한 신, 토씨 하나하나 파고들었어요. 동료 배우들과도 대화를 많이 했고요. 그게 제가 주연 배우로서의 나름의 책임감이었던 것 같아요.”
김고은은 한 인터뷰에서 좋은 배우가 연기만 잘하는 배우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배우는 뭘까.
“연기 잘하는 배우는 많다고 생각해요. 영화가 혼자 만의 작업이 아니라는 생각이 중요한 것 같아요. 김혜수 선배님도 그렇고, 사람들이 인정하는 배우에게는 다 그런 면이 있어요. 제가 그런 배우가 되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뭘 해야 할지는 모르겠어요. 제 숙제죠.”
<손정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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