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계산 ‘연령별 생계임금’ 살펴보니…]
■ 사회 초년생
최저 생활비 2만5천달러
학비융자 땐 3만달러 훌쩍
■ 젊은 커플
그럭저럭 생활 3만6천달러
편안하게 살려면 5만 필요
■ 자녀 1~2명 소가족
아이 1명 땐 5만6,810달러
은퇴 대비하려면 10만 소요
중산층의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려면 어느 정도의 수입이 필요할까?
지난 봄 갤럽이 실시한 서베이에서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4인 가족 기준으로 최소한 연 5만8,000달러를 벌어들여야 그럭저럭 중산층 흉내를 낼 수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는 미국 평균가구의 중간 연소득 5만2,000달러를 웃도는 액수로 4인 가족을 기준한 연방 정부 빈곤기준인 2만4,000달러의 2배를 훌쩍 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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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계층 소득은 결국 생계임금(living wage)에 바탕을 둔 개념인데, 실질적인 중간 생계임금은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또 연방 정부 관리와 미국인 가장들이 생각하는 생계임금에도 커다란 편차가 존재한다.
MIT(매서추세츠 공과대학)에 따르면 일을 하는 두 명의 성인과 두 명의 자녀로 짜여진 4인 가족을 기준할 경우 미국의 북부와 서부는 남부와 중서부에 비해 훨씬 높은 세전 중간 생계임금을 필요로 한다.
북부와 서부 지역에서 중산층 수준으로 가계를 꾸려가는 데 필요한 연소득의 중간 값은 각각 5만6,179달러와 5만3,505달러인데 비해 남부와 중서부 지역의 경우엔 각각 4만9,167달러와 4만8,496달러로 나타났다.
또한 4인 가족 기준으로 가장 높은 생계임금을 필요로 하는 도시로는 워싱턴DC가 6만9,709달러로 1위에 올랐고, 뉴욕이 6만7,323달러, 하와이의 호놀룰루가 6만6,544달러로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MIT가 산정한 생계임금은 각 지역에서 중산층의 명맥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한도의 소득을 의미할 뿐이다.
빡빡한 살림살이에서 벗어나 중산층에 걸맞은 안락한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려면 생계임금 수준이 이보다 더 높아야 한다.
인생에는 단계가 있고, 각 단계마다 풍족한 삶을 이끌어가는 데 필요한 액수의 소득이 있게 마련이다.
인생의 각 구간에서 재정적으로 편안함을 느끼려면 어느 정도의 수입을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MIT는 최근 미혼자, 갓 대학을 졸업한 전문직종 종사자, 은퇴준비 중인 나이든 커플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 신참 대학 졸업생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해 직장을 잡은 사회 초년생들의 소득은 아무래도 고참 직장인들에 비해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적정수준의 학비융자 상환금을 감안하더라도 전반적인 생활경비가 가정을 꾸린 직장 선배들보다 적은 것 역시 사실이다. 이 시기에는 아파트를 여러 명의 룸메이트들과 공유하는 등의 방법으로 생활비를 절약할 수도 있다.
아직은 내 집 장만이 우선순위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지는 않지만 20대는 은퇴기에 대비해 저축을 시작할 최적의 출발점으로 간주된다.
재정정보 전문업체인 뱅크레이트는 25세부터 연 2,000달러를 저축하기 시작하면 은퇴를 고려하기 시작할 시기인 40년 후 56만달러를 손에 쥘 수 있다며 “노후대책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그렇다면 이제 막 대학문을 나선 청년이 안락한 생활을 꾸려나가는데 필요한 연소득을 따져보자.
MIT의 생계임금 계산기(Living Wage calculator)는 메릴랜드주에 거주하는 성인 미혼자의 경우 연 2만5,000달러를 벌어야 그럭저럭 생계를 꾸려갈 수 있다는 답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수치는 최저 기준치일 뿐이고, 여기에 20~30%의 ‘버터’를 올려놓아야 편안한 재정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결국 연 3만~3만2,500달러를 벌어들여야 하는 셈이다.
만일 학비 융자금이 2013년도 졸업생의 평균치인 3만달러를 훌쩍 웃돌거나 상당액의 자동차 론을 대출 받았다면 생계소득의 기준치 역시 상향 조정돼야 한다.
▲ 젊은 커플
젊은 커플은 경비분담을 통해 렌트와 식품비를 줄일 수 있다. 따라서 갓 대학을 졸업해 홀로서기에 나선 신참 사회인들보다 수입이 다소 떨어진다 해도 둘이 한데 합치기 이전의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젊은 커플은 주택 마련에 필요한 다운페이먼트라든지, 결혼비용, 노후자금 비축 등에 눈길을 돌려야 한다.
간단히 말해 둘 모두 일을 한다는 전제 하에 파트너와 단 둘이 편안하게 사는데 필요한 소득은 싱글일 때보다 낮아도 되지만 장기적인 재정목표를 위해선 오히려 더 많은 수입이 필요하다.
MIT는 메릴랜드주에 거주하는 커플이 그럭저럭 살아가는데 필요한 생계소득을 3만6,000달러로 추산했다. 각각 1만8,000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면 일단 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는 셈이다.
그러나 안락한 수준의 삶을 위해서는 여기에 30%의 ‘덤’을 추가해야 하기 때문에 4만6,800달러의 소득을 올려야 한다. 또 집을 마련할 계획이거나 다른 장기적인 재정목표가 있다면 당연히 수입도 늘어나야 한다.
전국부동산협회(NAR)에 따르면 2014년 9월을 기준한 미국의 주택 중간가격은 21만9,800달러였다. 일반적으로 다운페이먼트로 전체 부동산 가격의 10~25%를 선불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20만달러짜리 주택을 구입한다고 가정할 경우 4만달러가량의 현찰을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CNN머니는 모기지, 학비 융자금, 자동차 론 등을 합한 총 부채 페이먼트가 총 수입의 36%를 넘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결론적으로 젊은 커플은 연 5만달러의 합산소득으로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으나 노후자금 비축과 주택 다운페이먼트 등과 같은 장기적인 재정적 목표까지 감안한다면 7만5,000달러가 이상적인 수준이다.
▲ 자녀 1~2명의 소가족
무자식 상팔자라 했다. 일단 아이를 가지면 가정을 꾸리는데 필요한 생계소득이 껑충 뛴다. MIT의 계산에 의하면 1~2명의 자녀를 지닌 가구(메릴랜드 지역 기준)는 연 4만3,700~4만6,600달러의 소득을 올려야 근근이 살아갈 수 있다.
물론 예상치 못했던 경비 등을 커버하기 위한 30%의 버퍼까지 염두에 두면 1명의 자녀를 거느린 가정은 연 5만6,810달러, 2명의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연 6만500달러가 있어야 한다. 이는 앞서 실시된 갤럽조사에서 “4인 가족 기준으로 어느 정도의 소득을 올려야 당신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안락하게 생활할 수 있느냐”는 설문에 응답자들이 제시한 액수의 전국 평균치와 딱 맞아 떨어진다.
그러나 주택구입과 노후대책까지 고려할 경우 그림이 달라진다.
파이낸셜 사무라이의 추산에 따르면 노후의 데이케어 경비는 연 1만5,000~2만달러, 모기지 페이먼트는 연 2만4,000~3만달러를 예상해야 한다. 아이들을 사립학교에 보낸다면? 사실 그것까지 감당해낼 중산층 가정은 그리 흔치 않다.
종합하자면 소가족이 은퇴자금, 자녀들의 대학 교육비 등을 저축해 가며 내 집에서 편히 살려면 최소한 연 10만달러의 소득을 올려야 한다.
▲ 은퇴를 앞둔 부부
은퇴를 앞둔 개인은 독특한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 초년병이 노동의 세계에 적응해가야 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은퇴를 코앞에 둔 사람들은 더 이상 노동을 할 수 없는 세계를 항해할 준비를 갖춰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은퇴 예정자들에게는 더 이상 저축할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다. 그때까지 준비해 둔 자금으로 노후에 맞서야 한다.
이미 모기지를 다 갚았고, 아이들을 모두 대학에 보냈으며 최선을 다해 노후자금을 비축해둔 부부라면 젊은 커플, 혹은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 비해 약간 적은 자금으로도 안락한 생활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제까지 나온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다수의 미국인은 노후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통계에 따르면 은퇴기에 필요한 자금 수요는 은퇴 전 소득의 75~80%에 달한다.
재정상담 전문업체인 너드월렛의 애니샤는 “두 말할 나위 없이 우리 모두가 나이에 상관없이 노후에 대비해 저축을 해야 한다”며 “인생의 황금기를 소셜시큐리티 연금이나 펜션에 의지해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치명적인 착각”이라고 말했다.
애니샤는 “은퇴 후에는 연금을 비롯, 준비된 고정소득에 맞춰 생계를 꾸려갈 수밖에 없다”며 “지출규모를 조절하는 일만 남은 셈”이라고 밝혔다.
은퇴 후 들어올 소득이 사실상 거의 확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미리 노후 필요 경비를 산출해 억지로 살림규모를 짜 맞춰야 한다는 뜻이다.
MIT는 은퇴를 앞둔 부부는 자녀를 낳아 가정을 꾸린 젊은 가장과 비슷한 수준의 소득을 올려야 막판 은퇴준비를 해가며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결국 연소득이 최소 5만달러는 돼야 하는 셈이다.
<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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