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경과 일자리 감소로 인한 주 차원 손실 최소 27억달러
▶ 수원지 주요 저수지 곧 바닥… 지하수 고갈로 싱크홀 속출
[가주 ‘초유의 가뭄’ 피해는 어느 정도?]
캘리포니아주의 수자원 기반시설은 세계 최대 규모로 평가된다. 그러나 4년째 계속되고 있는 극심한 가뭄에 방대한 가주 수자원 기반시설도 무력화됐다.
전례 없는 물 부족사태가 발생하면서 야생동물과 작물이 ‘타는 목마름으로’ 고사위기에 빠졌고 전기료가 인상됐으며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야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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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 가뭄관측기구인 ‘US 드라우트 모니터’ 자료에 따르면 7월23일 현재 캘리포니아주 전역의 97%가 일정한 수준의 가뭄을 겪고 있다. 가주 저수지 12개는 모두 예년 평균수위 아래로 내려갔으며 시냇물도 메말랐다.
주 정부는 올 겨울에 닥칠 것으로 예상되는 강력한 엘니뇨 현상으로 한꺼번에 많은 양의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가주 전역을 초토화한 가뭄의 피해는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가주의 곡창인 센트럴 밸리의 광대한 토지는 경작을 포기한 휴한지로 전락했다. 땅이 바싹 말라 경작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거북등처럼 말라비틀어진 농지의 규모는 UC데이비스 연구진의 추산에 의하면 대략 56만4,000에이커. 이 땅이 농사를 짓지 못하고 놀게 되면 농가의 수입손실은 대략 18억달러. 이것은 순전히 가뭄으로 인한 직접적인 작황피해 추정액일 뿐이다.
휴경지가 늘어나면 8,550명의 농장 일꾼이 일손을 놓게 된다.
농업활동이 부진해지면 그로 인한 ‘침투효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진다. 휴경지가 늘어날수록 식품 가공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고, 곡물을 운반하는 장거리 트러커들의 상당수 역시 영향을 받게 된다.
이를 숫자로 정리해 보면 주 차원의 수입 손실액이 무려 27억달러에 달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 1만8,600명이 일터를 잃는다는 게 UC데이비스 보고서의 결론이다.
그러나 이 보고서가 나오기 무섭게 가뭄에 따른 휴경지가 56만4,000에이커라는 추정은 정확치 않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미 농부부의 6월 자료는 주 정부의 주요 작물 경작지 면적이 총 90만에이커로 약 400만에이커였던 2013년도에 전체 경작지 면적의 22.5%에 불과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캘리포니아의 주요 작물에는 건초, 알곡 면화와 감자 등이 포함된다.
섬너 교수는 “토지의 생산성이 워낙 좋기 때문에 지독히 나쁜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땅을 놀리는 일은 거의 없다”며 이번 가뭄의 심각성을 우회적으로 전했다.
그런가 하면 4년째 계속되고 있는 극심한 가뭄으로 대도시에서 농촌 커뮤니티에 이르기까지 물 소비습관이 바뀌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제이 브라운 가주 주지사는 지난 4월 도시지역 물 사용량을 25% 줄이라는 절수명령을 내렸다. 캘리포니아 사상 초유의 사태다.
이에 따라 샌프란시스코의 일반 가정이나 음식점은 흐르는 물에 채소를 씻던 과거의 전통과 작별을 고해야 한다.
집 정원 잔디밭에 물을 주는 것도 지정된 시간에만 가능하다. 지정된 시간을 전후해 물을 주다가 적발되면 수백달러에 달하는 ‘벌금폭탄’을 맞게 된다.
농촌 지역 깊숙이 들어가 보면 사정은 더 딱하다. 농업용수를 확보하지 못한 농부들은 바짝 말라버린 지표수를 대체하기 위해 폭염과 싸워가며 지하수를 퍼올리고 있다.
땅속을 흐르는 물은 대부분 자연스레 지표면 위로 떠오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우물을 파는 등의 형식을 취해 이들을 지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주머니에 돈이 떨어지면 예금에 손을 대게 마련이다. 가뭄에는 주 전체 물 사용량의 절반을 지하수에 의존하게 된다.
문제는 지하수원이 자체적인 수분 수준을 미처 회복하기도 전에 엄청난 양의 지하수가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UC데이비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과 2015년 2년간 농부들은 지표수 공급 축소분을 보충하기 위해 적어도 1,100만에이커-피트에 해당하는 지하수를 추가로 퍼 올렸다.
1에이커-푸트는 약 32만갤런의 물을 뜻한다. 올림픽 규격의 수영장을 연상하면 이해가 쉽다. 올림픽 수영장의 크기는 1에이커이고 높이는 1푸트다. 한마디로 지난 2년간 올림픽 수영장 1,100만개를 채우기에 충분한 320억갤런 이상의 지하수를 끌어올렸다는 얘기다.
지하수를 뽑아 올리는데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지반침하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 여기저기 땅이 꺼지는 싱크홀이 발생한다.
메르세드에서 베이커스필드에 이르는 지역 여러 곳에서도 어김없이 싱크홀이 생겼다.
처음에는 인치단위로 측량할 정도였지만 지금은 피트 단위로 계산을 해야 할 정도로 동공이 커졌다.
가주 내에서 가뭄 피해가 가장 심한 곳으로는 툴레어 카운티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 이 곳에 파놓은 1,000개의 사설우물은 말라버린 지 오래다.
유일한 수원마저 끊어진 툴레어 주민들은 소방서에 설치된 저수조에서 양동이로 물을 배급 받아 몸을 씻고, 음식을 요리한다.
툴레어 카운티의 농무담당 커미셔너인 마를린 키노시타는 “우물이 버텨주었을 때에도 힘겨운 상황이었다”고 털어놓았다. 현재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하게 만드는 발언이다.
캘리포니아는 시에라네바다 산맥에 쌓인 눈더미와 저수지에 저장된 물, 지하수 등 3개 수원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눈더미가 3분의 1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 문제는 2015년도 이곳의 적설량이 4월1일 기준으로 1.5인치로 예년 평균치인 28인치의 20분의 1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얼음더미의 수분 함유량으로 따지면 예년 평균치의 5%에 그친다.
캘리포니아에는 12개의 대형 저수지가 있다. 트리니티 레익, 레익 샤스타, 레익 오로빌, 폴섬 레익, 뉴 멜로네스, 돈 페드로, 엑스체커, 샌루이스, 밀러턴 레익, 파인 플랫, 캐스태익 레익 등이 그것이다.
2014년 말까지 이들 12개 주요 저수지는 만수위의 41%에 해당하는 물을 저장하고 있었다. 올해 4월6일 현재 엑스 체커의 저수량의 9%로 떨어지는 등 전체 저수량은 지난 연말에 비해 급속히 줄어들었다.
물 부족은 상당한 후유증을 불러왔다.
‘캘리포니아 라이스 커미션’에 따르면 올해 쌀 재배 농가는 지난해에 비해 30%나 적은 모를 파종하는데 그쳤다. 또한 낙농업체와 목축업체의 올해도 수입은 무려 3억5,000만달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낙농업계의 피해가 특히 큰 이유는 중국의 경제가 부진한 것과도 관련이 있다. 미국 낙농제품의 최대 소비자인 중국의 경제가 둔화되면서 수출이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의 곡창인 캘리포니아의 역사적인 가뭄으로 동물 사료로 쓰이는 건초의 수확량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폭등했고 이로 인해 현지 낙농업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청청히 마른하늘을 바라보는 농심은 숯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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