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 불린 고흥… 한적했던 시골 분교가 시끌벅적
▶ 마을 주민 150여명 엑스트라 출연… 분장하고 노래 부르고 ‘축제의 장’
● 영화 ‘순정’촬영 현장을 가다
한적했던 전남 고흥의 한 시골 분교가 시끌벅적해졌다. 동네 마을 노래자랑이 한창인 이곳이 갑자기 마이크를 빼앗아 내달리는 한 소년 때문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이내 리어카 한 대가 운동장에 들어섰다. 새까맣게 피부가 그을린 예쁜 소녀가 리어카에서 내리자마자 향한 곳은 바로 무대 위. 소녀가 무대 위에서 강수지의 ‘보랏빛 향기’를 부르기 시작하자 그의 친구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한데 엉켜 막춤을 춘다. 얼굴만 봐도 재미있고 웃긴 ‘오총사’는 그렇게 우정을 쌓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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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8일 오후 전남 고흥군 점암면 화계리에 위치한 점암 초등학교 화계 분교는 오랜만에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영화 ‘순정’(감독 이은희·제작 주피터필름)의 촬영이 한창인 이곳에는 배우들과 스태프들 그리고 현장공개를 취재하기 위한 취재진들이 한데 모였다. 평소에는 조용한 시골 분교가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핫 플레이스’가 됐다.
노래자랑 경연의 진행자를 맡아 ‘순정’에 출연하는 고흥군 박병종 군수는 “영화 올 로케이션 촬영은 ‘순정’이 처음”이라면서 들뜬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고흥은 자연을 그대로 보존해서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도 불린다. 많은 이들이 영화를 통해 고흥의 풍광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순정’현장공개는 김소현(수옥 역) 도경수(범실 역) 연준석(산돌 역) 이다윗(개덕 역) 주다영(길자 역)까지 극 중 ‘오총사’가 무대 위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왁자지껄하게 뛰어노는 장면이 공개됐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후덥지근한 날씨였지만 그 누구 하나 군소리 내지 않고 묵묵히 촬영에 임했다. 무엇보다 마을 노래자랑의 흥을 돋워주는 150여명의 엑스트라는 모두 제작사 측에서 오디션을 거친 마을 주민들이라는 점에서 놀라움을 자아냈다. 오후 2시부터 11시까지 이어지는 강행군 속에서도 마을 주민들은 프로다운 면모를 뽐냈다. 또한 배우들은 배경이 되는 1991년도의 시골 마을 아이들답게 다소 시커멓게 탄 촌스러운 비주얼(?)로 카메라 앞에 섰다. 쑥스러운 듯했지만 금세 치아를 드러내며 웃는 모습이 극 속의 순박하고 순수한 소년소녀가 된 듯 보였다.
까맣게 분장을 한 건 처음이라는 김소현은 “성숙하고 예뻐 보이게만 분장하다가 까만 분장을 하니 생각보다 어려 보여서 충격을 받았다”면서도 “극 중 나이가 네 나이인 17살이다. 실제 내 얼굴이어서 더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겠다 생각했다.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지금은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순정’은 전라남도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펼쳐지는 첫사랑의 추억을 그린다. 어린 시절 엄마를 잃고 아픈 몸 때문에 섬에서만 지내는 소녀 수옥과 수줍음 많은 소년 범실, 끝까지 수옥을 향한 마음을 놓지 않는 산돌, 스스로 수옥의 서방이라 자처하는 귀여운 개덕, 엄마처럼 친구들을 늘 챙기고 정 많고 의리 있는 소녀 길자 등이 펼치는 사랑과 우정을 그리는 청춘 로맨스다. 여기에 엑소의 도경수(디오)와 김소현 연준석 이다윗 주다영 등 충무로를 책임질 차세대 스타들의 캐스팅과 수지를 국민 첫사랑 반열에 올린 영화‘건축학개론’의 뒤를 이을‘첫사랑’영화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연기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밝은 역할을 맡게 된 도경수는 “‘카트’나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맡은 역할은 마음속에 슬픈 기억들이 있었던 캐릭터였다. 하지만 ‘순정’에서 내가 맡은 범실은 씩씩하다. 수옥을 좋아하지만 그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쑥스러움이 많다”면서 “여태까지 해보지 못했던 밝은 인물이다. 영화 촬영을 하면서 지금 이 나이에는 경험해보지 못하는 고등학교 때의 설렘을 다시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건축학개론’ 수지의 뒤를 이어 국민 첫사랑 등극을 예고한 김소현은 “첫사랑 역이라서 처음에는 신경이 많이 쓰였다. 관객들이 나를 보면서 설레야 하고,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려야 하기 때문”이라면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전형적인 첫사랑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였다. 영화를 보면 기존의 첫사랑과 비슷한 부분이 있을 수 있겠지만 수옥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많이 받으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은희 감독은 김소현을 ‘멜로 신동’이라 불렀다. 그만큼 풍부한 감성으로 첫사랑 역할을 잘 이끌어주고 있는 것. 그렇지만 김소현은 “(도) 경수 오빠가 감정을 잘 표현해서 나에게 잘 와 닿는다. 순간순간 설레는 감정이 느껴지는데 그걸 순수하게 받아들여 표현하려고 한다”고 도경수에게 공을 돌렸다. 도경수 역시 “나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짝사랑을 해봤다. (김)소현이를 보면 그때 생각이 난다. 그때의 짝사랑했던, 설레는 감정을 생각하면서 연기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이은희 감독은 “우리 영화는 기존의 단순한 멜로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자신했다. 그는 “사랑과 우정을 이야기한다. 큰 틀에서는 성장 이야기이기도 하다”면서 “이렇게 생긴 배우들이 전라도 사투리를 한다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웃어 보였다.
‘순정’은 지난 6월 22일 극 중 주인공들의 고향인 전남 고흥에서 촬영을 시작했다. 내년 상반기 개봉을 목표로, 현재 절반가량 촬영을 진행했다.
<조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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