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트클럽 부킹 착안 혼외정사 만남 중개… 작년 순익 5,500만달러, 회사가치 “10억달러”
▶ 해킹자료 잇단 공개에 자살·이혼문의 빗발… 7억6천만달러 집단소송, 런던증시 상장도 무산
■ 잘 나가던 ‘애슐리 매디슨’ 기업가치는 얼마?
노엘 비더만은 비행기 옆 좌석 승객이 직업을 물을 때마다 변호사라고 대답한다. 물론 거짓말은 아니지만, 참말도 아니다.
비더만은 500만달러 이상의 연 수입을 올리는 성공한 사업가다. 하지만 그의 회사 이름을 입에 올리는 순간 주위의 시선은 싸늘해진다. 그는 불륜조장 사이트 애슐리 매디슨의 공동창업주 겸 최고경영자(CEO)다.
비더만은 “직장에 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얼렁뚱땅 넘어가지만 솔직히 대답하면 대화가 끊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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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슐리 매디슨은 토론토에 기반을 둔 사기업 애비드 라이프 미디어(ALM)의 자회사 중 하나다. ALM은 애슐리 매디슨 외에 쿠가라이프를 비롯한 여러 개의 ‘러브 커넥션’ 사이트사를 갖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이성 친구’를 연결시켜 주는 온라인 업체를 표방하지만 까놓고 보면 모두가 거기서 거기인 데이트 사이트들이다.
이들 가운데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이 불륜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애슐리 매디슨이다. 다른 데이트 사이트와 달리 애슐리 매디슨은 혼외정사를 전제로 한 이성 간의 비밀스런 만남을 중개한다.
애슐리 매디슨은 지난 18일과 20일 두 차례에 걸쳐 3,000여만개의 이메일과 회원 정보 등이 포함된 해킹자료가 잇따라 공개되면서 요란스런 구설수에 올랐다. 불륜사이트의 회원 정보가 만천하에 공개됐으니 엄청난 파장이 빚어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온라인에 공개된 ‘불륜파일’에서 배우자 이름을 발견한 이들의 이혼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캐나다에서는 애슐리 매디슨을 상대로 정보유출 책임을 묻는 7억6,000만달러 규모의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2명의 자살을 불러온 해킹파문으로 모회사인 ALM의 런던증시 상장계획도 무기한 보류됐다.
애슐리 매디슨은 ‘부적절한 만남’을 미끼로 회원 수를 급속히 늘리면서 데이트앱의 원조인 틴더와(Tinder)와 Ok 큐피드(Ok Cupid)의 아성에 도전했다.
현재 온라인 데이트 앱의 최강자 자리는 틴더가 지키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그 이전 12개월간 틴더는 600%의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등록 회원 수는 3,000여만명이고 이들이 매일 데이트 상대로 탐색하는 연인원은 15억명에 달한다. 초당 1만7,000명에 대한 ‘맛보기’ 검색이 이뤄지는 셈이다.
틴더의 위세에 눌려 자매회사인 온라인 중매사이트 매치닷컴은 2014년 한 해동안 5%의 성장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애슐리 매디슨은 매치닷컴과 달리 틴더의 그늘 속에서도 폭발적인 성장세를 유지했다.
2014년 ALM의 총수입은 1억1,500만달러로 2013년의 7,800만달러에 비해 45%가 늘어났다. 2010년의 수치와 비교하면 거의 3배 이상 증가했다.
비더만에 따르면 2014년도 세전수익은 5,500만달러. 재정분석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정도는 동종업체들의 전형적 마진에 해당한다. 대형 데이트 사이트들의 이윤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전 세계적으로 애슐리 매디슨은 총 3,100만명의 사용자들을 거느리고 있다. 이 가운데 2014년 11월 기준으로 그 이전 90일 사이에 사이트를 찾은 회원은 680만 명으로 집계됐다.
애슐리 매디슨의 고객들은 틴더의 회원들에 비해 돈과 나이가 더 많고, 행동이 비밀스럽다. 부적절한 관계를 전제한 이성간의 만남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보니 신원이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하긴 40~50세 기혼 남성들은 대부분 페이스북 계정에 로그온하지 않는다. 어떤 방식으로건 자신에 관한 개인적 정보가 공개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몹시 싫어한다는 얘기다.
전직 스포츠 변호사인 비더만은 2002년 동업자와 함께 애슐리 매디슨을 출범시켰다. 각자 50만달러를 투입한 공동 창업이었다.
이후 첫 100만명의 고객을 유치하는데 걸린 시간은 꼬박 5년. 그때까지만 해도 투자금 회수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2008년, 경기 대침체로 직장에서 밀려난 백수들이 늘어나면서 애슐리 매디슨은 급속도로 뜨기 시작했다.
애슐리 매디슨의 성공비결은 나이트클럽의 부킹을 영업 모델로 차용했다는 점이다. 나이트클럽에서 이뤄지는 부킹의 99.6%를 남성이 주도한다는 점에 착안한 비더만은 가입비와 수수료를 전혀 받지 않는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워 여성회원을 대거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대신 사이트로 들어선 남성이 ‘간을 보기 위해’ 여성과 접촉을 할 때마다 수수료를 부과했다.
이렇게 들어가는 돈이 남성 회원 1인당 연간 200달러에서 300달러 정도다. 사이트에서 자신의 프로필을 삭제하려면 19달러를 내야 한다.
노골적인 웹 포르노가 판을 치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간통을 조장하는 사이트는 미움을 받고 눈총을 산다.
얼마 전까지 간통을 형법으로 다스렸던 한국은 애슐리 매디슨의 영업을 금지했고, 싱가포르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ALM은 2014년도 광고예산으로 3,400만달러를 책정했다. 그러나 마이크소프트 검색엔진인 빙(Being)은 ALM의 자회사인 애슐리 매디슨의 광고를 받지 않았다. 반면 구글은 ALM으로부터 상당액의 광고를 따내 마이크로소프트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ABC를 비롯, 상당수의 미국과 영국의 TV 방송사들도 애슐리 매디슨에 광고시간을 내주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시스코는 이를 성인 사이트로 분류, IT 기업들이 종업원들의 접근을 손쉽게 차단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항공사인 라이언 에어 역시 스페인행 여객기 한 대에 애슐리 매디슨의 로고를 그려주면 12만유로를 지불하겠다는 비더만의 오퍼를 딱 잘라 거절했다. 스페인은 불륜 남녀들의 여름 밀회장소로 인기가 있는 곳이다.
반면 기꺼이 광고를 실어주겠다고 나선 방송사들도 적지 않았다. MSNBC와 CNN, Fox News가 이 그룹에 포함된다.
ALM은 해외에서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마케팅의 초점을 해외로 돌린 비더만의 전략이 적중한 셈이다.
ALM은 지난 2014년, 이스라엘과 홍콩, 터키, 인도 등지에 매디슨 사이트를 오픈했다. 올해에는 태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나이지리아 등지에 추가로 사이트를 개설할 예정이다.
비더만은 지난해 자신의 회사 가치가 1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자신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2014년 10월 보고서에서 매치닷컴의 시장가치를 2015년 영업이익 추정치의 12배에 해당하는 38억달러로 추산했다.
이와 함께 틴더의 자산 가치는 13억달러로 잡았다. 2015년 영업이익 추정치의 18배다.
그렇다면 수익이 5,500만달러인 애슐리 매디슨의 객관적인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일부 전문가들은 사이트의 성격상 ‘죄악 할인’(sin discount)을 감수해야 한다고 가정할 때 이들보다는 낮을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물론 비더만은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기업 가치가 연간 영업이익의 18~20배가 되어야 마땅할 기업은 바로 우리”라며 “과거 10년 사이에 절반 이상 높은 영업수익을 올림으로써 우리의 가치를 이미 입증해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비더만이 제시한 10억달러는 약간 높은 추정치이긴 하지만 아주 터무니없는 수치는 아니다”는 반응을 보였다.
애슐리 매디슨은 건강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미친 듯이 돈을 벌어들이는 ‘대박’ 사이트는 아니다.
돈벌이 보다는 부적절한 콘텐츠로 화제를 뿌리는 업체다.
비더만의 지분도 생각보다 적다. 그의 애슐리 매디슨 소유지분은 10%가 전부다. 지난 2007년 자신이 쥐고 있던 주식을 상당부분 처분했기 때문이다.
애슐리 매디슨의 투자자들은 몇 안 되는 기관들과 고도의 순가치를 지닌 개인들로 이들 대부분이 캐나다인이고 소수의 미국인과 독일인이 포함되어 있다,적어도 이번 해킹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비더만은 분명 잘 나가는 사업가였다.
지금도 그는 회사 이사진이 CEO에게 제공한 최고급 승용차 마세라티 가블리를 몰고 다니고, 아내로부터 받은 고급 손목시계 파텍필립 카라트라바를 차고 있다. 파텍필립 카라트라바에 비하면 롤렉스는 싸구려 시계다.
플로리다주 포트 로더데일의 해변가에 호화별장도 한 채 지니고 있다.
그는 “일부일처제의 문제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들에게 적합한 상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행운의 여신’이 계속 그의 손을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불륜을 조장해 돈을 번다는 비난도 문제지만 거액의 집단소송에 대응하기도 버겁다. 게다가 해킹사태로 아수라장이 연출된 상황에서 기존 회원들의 이탈을 방지하기란 불가능하다. 신규 회원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하기는 더 어렵다.
아무래도 비더만의 ‘전성시대’는 저물어가는 듯 보인다.
<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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