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시폭락·위안화 절하·부패단속 등 악재 겹치며 매출감소 뚜렷
▶ 중국인 소비가 브랜드 매출 30% 이상 차지… “타격,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 낙관 전망도
홍콩의 가장 번화한 쇼핑거리인 타임스퀘어 센터. 몽블랑, 카르티에, 구치 같은 명품들의 현란한 간판들이 걸려 있다. 그러나 쇼핑 몰 안은 한산하기 짝이 없다. 가장 붐벼야 할 주말임에도 사람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최근의 중국 증시 폭락과 화폐 평가절하 등의 영향으로 중국의 명품 열기는 거의 끝났다. 중국 경제의 둔화와 당국의 부패척결 등도 여기에 한 몫 하고 있다. 세계 명품시장 소비의 거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 소비자들이 영향을 받으면서 투자가들과 명품업체들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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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타임스퀘어와 다른 명품 매장들의 풍경은 최근의 뜨거웠던 소비열풍과 대조된다. 젊고 계층이동성이 높은 중국 젊은이들은 샤넬 핸드백과 에르메스 스카프에 아낌없이 돈을 썼다. 하지만 지난 10년간의 두 자리 성장이 끝나면서 지난해 명품소비는 180억달러를 기록, 처음으로 1%가 줄어들었다고 컨설팅 업체 베인 & 컴퍼니는 밝혔다.
시장의 소용돌이에 더해 중국 정부가 계속 위안화 평가절하를 하면서 명품시장에는 먹구름이 드리웠다. 뉴욕에 소재한 럭서리 정보업체인 웰스 X의 데이빗 프리드맨 사장은 “타격이 틀 것”이라며 “성장 동력을 중국 소비자들에게서 찾던 업체들로서는 견디기 힘든 단계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소비자들이 명품업계에 여전히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그렇다’이다. 하지만 중국 소비자들이 앞으로 수년간 계속 명품업계의 거대한 소비 세력이 될 것인가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다’이다”라고 말했다.
현재의 문제는 그동안 명품업체들이 지나치게 중국 소비자들에 의존해 왔다는데서 비롯된다. 범중화권은 버버리 매출의 25%를 차지하며 프라다는 20%를 차지한다고 한 컨설팅 업체는 밝혔다. 오메가와 해리 윈스턴, 발메인 같은 제품을 파는 스와치 그룹의 경우에는 매출의 35%가 중국 본토와 홍콩, 마카오에서 나온다,중국 여행객들이 해외에서 사들이는 명품까지 합한다면 비율은 훨씬 높아질 것이다. 중국인들은 관세 부과로 가격이 높은 중국보다 가격이 싼 해외에서 명품 쇼핑을 많이 한다. 베인사에 따르면 중국 명품 소비의 절반은 해외에서 이뤄진다. 위안화 약세는 중국인들이 해외 명품을 구입하는데 더 많은 돈을 써야 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밀라노와 뉴욕 같은 곳에서 명품을 사기 위해 여행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늘어난다.
노무라 증권의 시메온 시겔은 “물건 값이 더욱 비싸지게 되고 사람들의 여행은 줄어들고 있다. 또 현 시장상황은 명품 지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뉴욕 핍스 애비뉴를 걷다 보면 한산해진 상점들을 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마켓 상황과 위안화 평가절하를 좀 더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제인 BNP 파리바스의 글로벌 명품담당 책임자인 루카 솔카는 자신이 시뮬레이션을 해 본 결과 위안화가 5% 평가 절하될 경우 버버리, 에르메스, 프라다, 루이비통 등 대부분 글로벌 명품 판매는 1% 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심지어 20% 평가절하 된다 해도 판매는 5%정도만 줄어든다는 것이다.
솔카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시장은 격렬하게 반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먼저 쏘고 나중에 묻자는 식이다. 이번 상황은 금융 혼란이지 실물경제의 위기는 아니다. 만역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실물경제도 영향을 받겠지만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리서치 업체인 포춘 캐릭터 인스티튜트의 디렉터인 주 팅은 시장의 불확실성과 위안화 평가절하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들의 해외 명품관광은 계속 것이라고 내다봤다. 팅은 중국인들이 명품들의 가격 때문에 해외로 많이 나간다고 설명했다. 팅의 회사가 조사한 펄라 핸드백의 경우 높은 관세 때문에 중국에서는 아무리 할인을 해도 가격이 310달러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지만 로마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에서는 3분의 1 가격에 이것을 살 수 있다. 팅은 “위안화가 평가절하 됐어도 해외에서 명품을 살 만한 가치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제품 대부분을 생산하는 코치 같은 일부 브랜드의 경우 위안화 약세는 오히려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준다고 코웬 그룹의 소매분석가 올리버 첸은 말했다. 만약 위안화가 계속 현 수준을 유지한다면 생산가가 낮아지면서 코치 같은 제품의 마진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
코치사의 홍보책임자인 안드레아 쇼 레스닉은 위안화 약세가 매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그동안 환율 관리를 해 왔으며 특히 완제품과 원자재를 같은 지역 내에서 해결함으로써 위험을 분산시켜 왔다”고 강조했다.
결국 중국 명품 소비의 장래는 세계 환율의 장기적인 추이와 중국내 경제성장률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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