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다음날, 블랙 프라이데이에 실로 오랜만에 아울렛 쇼핑에 나섰다. 아울렛은 한물 간지가 오래 된지라, 요새 누가 그런 데서 쇼핑하랴 싶어 재미삼아 떠났는데 이게 웬일, 딴에는 일찍 간다고 아침 9시에 도착했는데도 프리웨이 출구에서부터 차가 밀렸다. 결국 주차장에는 진입도 못한 채 인근 주택가에 차를 세우고 거의 1마일을 걸어갔다.매장들은 당연히 혼잡했고, 어딜 가나 사람 물결이 넘실댔다. 아직도 아날로그 쇼핑이 살아있는 현장, 양손에 쇼핑백을 들고 부지런히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놀라움과 함께 일종의 안도감을 선사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오프라인의 건재함을 보는 것은 살짝 감동이었다.여느 가정처럼 우리 집도 거의 모든 상품구매를 온라인으로 해결해온 지가 오래됐다. 싸고, 편리하고, 빠르기 때문에 이를 멈추기란 쉽지 않다. 수많은 상품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고, 주문과 동시에 하루도 안 돼 배송되니 어느 영화제목처럼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아마존에 대한 여러 비난과 과도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국가안보전략(NSS)에 붙일만한 맞춤한 슬로건이 있다면 그것은 “미국을 다시 지역 강국으로”일 것이다. 이 문서는 지난 수 십년간 글로벌 패권국으로 전세계에 걸쳐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고, 세계화를 촉진하며, 국제기구를 포용하고, 지구촌의 부담을 떠맡아온 미국의 외교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으로 시작한다.NSS는 미국이 국익을 훨씬 더 협소하게 정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유럽과 아시아에도 약간의 국익이 걸려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미국의 근본적인 이익은 이웃인 서반구에 있다고 주장하며 이곳에 먼로 독트린과 - 테디 루즈벨트가 선언했던 루즈벨트 콜러레리와 대단히 유사한 - ‘트럼프 콜로레리’를 들먹인다. 여기서 말하는 트럼프 콜러레리란 고립주의를 골자로 한 먼로주의의 확장을 뜻한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최근 ‘미국 우선주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 일차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이 모두가 논리적인 듯 들리지만 그렇지 않다. 미국은 역사상 가
12월22일 미네소타 대학에서 열린 터닝포인트 USA의 ‘미국의 귀환 투어’는 최근 미국 정치를 뒤흔드는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운동의 내부 균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자리였다. 전통적 보수주의 원칙을 중시하는 벤 샤피로와, 엘리트·기업·정부에 대한 불신을 기반으로 한 반체제적 보수주의를 대표하는 터커 칼슨은 단순한 의견 차이를 넘어 공개적 충돌을 벌였다.찰리 커크의 암살 이후 불거진 후계 구도,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둘러싼 지도부와 강경파의 갈등, 우크라이나 지원과 AI 정책 같은 구체적 현안에서 터져 나오는 파열음까지, 이 모든 징후는 더 이상 ‘일시적 진통’으로 보기 어렵다.그러나 극단주의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이들에게 이 장면은 낯설지 않다. 극단주의 운동의 동력은 “우리는 선하고, 저들은 악하다”는 단순하고 강력한 이분법이다. 외부의 적이 강할 때는 이 논리가 결속을 만들어내지만, 적이 약해지거나 자신들이 권력의 중심에 서게 되면 그 칼날은
결혼 30주년을 맞아 신혼 여행지였던 푸켓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사이 좋은 아름다운 모습같지만 결혼은 대략 이랬다. 한 10년은 ‘그래, 꾹 참자.’ 또 10년은 ‘더는 못살아!’ 이후 10년은 ‘나의 길을 찾아서’ 물론 막 금슬 좋고 한결같이 가슴 뛰는 부부도 있을 것이다. (부정맥 아닐까?) 하지만 결혼은 지난한 현실이다. 아름다운 꿈같은 몇날들로 평생을 버티는 것인지 모른다. 잊지 못할 기억 몇 개 죽을 때까지 안고 사는 것인지 모르고.에메랄드빛 바다를 실컷 보고, 기막힌 선셋속에서 저녁을 먹고, 세상 행복한 사진들을 남겼지만, 삶이란 해안가의 그림같은 풍경이 아니라 태평양 바다 한복판이란 생각을 했다. 아름다운 순간이 귀하다보니 사람들은 그다지도 사진을 찍어대고 새겨두려 애쓰는지 모른다고.나이 들수록 사는 일에 능수능란해질줄 알았더니 여전히 헤매고 종종 헛발질이다. 관계에 조심했더니 부지불식간에 마음이 툭 끊어지기도 하고, 최선을 다했는데도 잘 되지 않아 괴롭기도 하다. 우리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인공지능(AI) 모델은 “모른다”고 답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그럴듯한 답을 내놓고야 마는데, 때론 없는 사실을 날조하거나 오답을 정답처럼 교묘하게 포장한다. 이런 환각(할루시네이션)을 그대로 믿고 인용하다간 낭패를 본다. 특히 권리·의무 관계를 규정하는 법률 분야에선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경찰이 AI를 이용해 불송치 결정을 하며 허위 판례를 인용한 사례도 있었다.■ AI는 왜 거짓말을 해서라도 아는 척을 할까?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설명은 이렇다. “대부분 평가는 솔직함보다 추측을 장려한다. 객관식 시험을 가정해 보자. 정답을 몰라도 과감히 추측해 운이 좋으면 답을 맞힐 수 있다.” AI는 딥러닝을 통해 실제 인간 세상에서 ‘더 나은 처세’라고 받아들여지는 행태를 따라 하는 것이다. 상사의 돌발 질문에 “정확한 건 추후 보고하겠습니다”라며 신중하게 답을 유보하면 무능한 부하로 찍힌다. 일단 빨리 답하는 임기응변을 더 높게 보는 현실이 AI 행위에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