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쿠바 혁명을 주도, 바티스타정권을 전복하고 49년간 장기집권을 해왔다. 전투복 차림에 시거를 문 모습. 그의 트레이드마크로 한동안 제3세계의 반미·사회주의 아이콘으로 군림해왔다. 그는 다름 아닌 피델 카스트로다.
그의 팬덤(fandom)은 세계적이었다. 칠레의 살바도르 아옌데,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야세르 아라파트 등이 열렬한 추종자였던 것.
카스트로와 대척점에 서 있다. 그런 라틴 아메리카의 정치지도자 듀오(duo)가 요즘 새로운 국제적 스타로 뜨고 있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그 면면이다.
밀레이는 중앙은행 해체 등 급진적 긴축 정책을 내걸고 전기톱을 들고 유세하며 2024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그의 과격해 보이기까지 한 정책은 성공했고 그 여세를 몰아 2025년 중간선거에서 그가 이끄는 보수 여당이 승리, 인기몰이는 계속되고 있다.
2019년 집권이후 부켈레가 총력을 기울여 벌여온 것은 갱 소탕작전이었다. 그 결과 한 때 세계 최악 수준이었던 엘살바도르의 살인 율은 중남미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와 함께 국가 신인도도 상승, 괄목할 경제 성과로 이어지면서 지지율도 치솟아 80%가 넘는다.
이 듀오의 인기는 세계적 록 스타를 연상케 할 정도다. 그들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는 핫 아이템이 됐다. 일론 머스크를 비롯해 이 두 정치인의 팬덤 역시 세계적이다.
신화가 되어버린 카스트로에 버금가는 이 두 극우파 정치지도자들의 드높은 인기. 무엇을 말해주고 있나. ‘라틴 아메리카는 한 세대에 한 번 있을까 하는 정치적 일대 변환기를 맞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포린 어페어스지의 지적이다.
멕시코에서 아르헨티나에 이르기까지 라틴 아메리카는 20개 주권 국가와 여러 속령으로 구성돼 있다. 이 20개국은 나라마다 역사는 물론, 정치 다이내믹도 다르다. 그러나 동조화 현상이라고 할까. 비슷한 정치적 흐름을 보이는 경향이다.
그 최근의 한 흐름이 핑크 타이드다. 핑크는 극단적인 소련식 사회주의(빨강)가 아닌 좀 더 온건한 21세기형 사회주의를 상징한다. 그런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카스트로 추종자 우고 차베스가 베네수엘라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했다. 그 때가 1998년이다. 이후 핑크 타이드는 밀물처럼 중남미 전역에 들이 닥쳤다.
브라질의 룰라,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아르헨티나의 네스토르 키르히너와 그의 아내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등 좌파 정치인들이 연이어 집권하면서 2000년대 초반 한 때 중남미 인구의 4분의 3정도는 좌파, 사회주의 정권 아래에 있게 됐던 것.
경제적 어려움이 닥치면서 2015년을 기점으로 핑크 타이드의 기세는 주춤해졌다. 그러다가 2018년 멕시코에서 좌파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신호로 다시 핑크 타이드가 휩쓸었다.
2021년에는 급진 좌파 페두로 카스티요가 페루 대선에서 승리하고, 칠레에서는 운동권출신의 가브리엘 보리치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또 콜롬비아에도 첫 좌파정부가 들어섰던 것.
그 흐름이 또 다시 바뀌고 있다. 2023년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앞서 밝힌 극우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가 승리를 거둔 것이 그 시작이다. 이후 우경화의 물결은 계속 북상, 볼리비아, 온두라스 등지에서 좌파시대가 잇달아 종막을 고하는 등 2025년을 기점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무엇이 이 같은 사태반전을 불러 오고 있나.
암세포처럼 번져 있는 마약 카르텔의 영향력. 살인 등 마약관련 범죄 급증, 날로 심화되고 있는 공직사회의 부패상. 곪을 대로 곪았다고 할까. 이런 악순환에 라틴 아메리카 국민들은 진저리를 내고 있다. 그런 판에 핑크 타이드 확산과 함께 마약 카르텔의 세력은 더 강성해져 지고 있으니 좌파라면 아예 손사래를 치게 된 것이다.
주목되는 또 다른 요인은 복음주의 개신교세의 확장이다. 이는 문화전쟁이랄까, 가치관혁명이랄까 할 정도의 의식전환을 불러왔다. 이와 함께 정치를 바라보는 라틴 아메리카 국민들의 시각에, 또 태도에 큰 변화가 일고 있는 것.
그 흐름을 가속화 시키고 있는 것은 트럼프 변수다.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체포·공수 작전에서 보듯이 트럼프의 적극적 ‘돈로 정책’구사는 미국의 위상을 높이는 한편 이 지역의 자유민주주의 세력에 큰 힘이 되고 있다.
그 와중에 일패도지(一敗塗地)의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 중국이다. 파나마, 아르헨티나, 페루, 볼리비아, 브라질, 베네수엘라…. 중국 공산세력의 라틴 아메리카 침투 교두보 역할을 해온 이들 국가들에서 군사·경제적으로, 또 지정학적으로 잇단 패배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2026년은 라틴 아메리카에서 중국이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는 해가 될 것이다.’ 이 현상과 관련해 미 의회 전문지 더 힐이 내린 결론이다.
이는 그러면 라틴 아메리카로만 국한된 현상인가. 더 큰 그림으로 보면 전 지구적인 반중(反中) 자유민주주의세력의 대반격. 그 서곡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반중은 세계적 정서로 굳어지고 있다. 이와 동시에 유럽에서, 동남아에서, 또 일본에서 ‘친중·좌파는 지고 자유민주주의 세력은 뜨는 흐름’은 날로 뚜렷해지고 있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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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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