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최근 중국 산업의 심장부인 선전에서 그 나라의 전설적인 기업인 한 명과 대화를 나눴다. 나는 그에게 이란 전쟁에 대해 물었고, 그의 답변은 뜻밖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에게 트럼프의 이란 공격은 그가 그린란드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한 것보다 덜 중요하다. 그가 미국의 가장 오래된 동맹국들을 상대로 그런 행동을 했을 때 나는 유럽이 더 이상 미국의 대중국 접근법을 따르지 않을 것임을 깨달았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을 향해 주기적으로 쏟아내는 모욕적인 발언이 일종의 일상적인 ‘짜증 발작’ 정도로 취급된다. 이제 백악관은 하나의 리얼리티 쇼처럼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이런 모욕의 누적이 결국 임계점에 도달했다. 영국의 보수 성향 잡지 더 스팩테이터에 기고한 대니얼 디패트리스는 “이란 전쟁은 유럽으로 하여금 척추를 세우게 만들었다”며 “유럽 지도자들은 더 이상 트럼프의 환심을 사기 위해 무릎을 꿇고 비굴하게 행동할 의사가 없다”고 썼다.
유럽은 이제 말이 아닌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유럽 재무장/준비 2030’ 계획은 향후 수년간 약 8,000억 유로(약 9,350억 달러)를 국방에 투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과거에는 미국이 유럽의 안보를 책임지고 유럽은 미국산 무기를 대량 구매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이제 유럽은 자국 기업과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자금을 유럽 내부에 투자하고 이를 통해 워싱턴으로부터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방위를 넘어 확산되고 있다. ‘유럽 결제 이니셔티브’는 비자와 매스터카드에 대응하는 범유럽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유럽의 금융 기관들은 SWIFT, 페이팰 등 미국 중심의 금융 플랫폼을 대체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프랑스는 금 보유량 일부를 뉴욕에서 파리로 옮겼고, 독일과 이탈리아 정치권에서도 같은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유럽 각국 정부는 미국 기업이 어느 날 갑자기 핵심 서비스를 차단하라는 명령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미국 소프트웨어를 대체할 방안을 찾고 있다. 이를 단순한 ‘자세 잡기’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유럽은 세계 2위 경제권이자 두 번째로 널리 사용되는 기축통화를 보유한 지역이다. 그들의 행동은 결코 가볍지 않다.
가장 의미심장한 변화는 유럽 우파에서 나타나고 있다. 반미주의는 원래 좌파의 전유물이었다. 파리의 지식인들, 학생운동 세력, 반전 정당들이 주도했다. 반면 우파는 본능적으로 대서양 동맹을 중시했다. 또한 유럽의 포퓰리스트 우파는 한때 트럼프를 ‘수호 성인’처럼 여겼다. 그러나 그린란드 문제와 이란 전쟁, 그리고 트럼프의 전반적인 유럽 경멸은 이제 유럽의 전 정치 스펙트럼에서 트럼프를 정치적으로 ‘독성 있는 존재’로 만들었다.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나이젤 패라지, 프랑스의 마린 르펜,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독일의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 소속 인사들 다수가 트럼프 및 미국 정책과 거리를 두고 있다. 헝가리에서도 J.D. 밴스 부통령이 당시 총리였던 빅토르 오르반을 위해 진행한 연설이 오히려 그의 선거에 악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변화는 유럽을 넘어 확산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마크 카니 총리가 미국 시장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밝혔다. 그는 이미 20건이 넘는 경제 및 안보 협정을 체결했으며 중국과의 협력도 포함돼 있다. 캐나다 국민들 역시 미국 제품 구매를 줄이고 미국 여행도 줄이고 있다.
유럽과 캐나다가 중국을 전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문제, 보조금, 전기차, 핵심 광물, 시장 접근 등 다양한 사안에서 중국과 갈등을 겪고 있다. 그러나 가능한 범위 내에서는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려 할 것이다. 이들은 균형 전략을 취할 것이다. 필요할 때는 워싱턴과 협력하고, 유리할 때는 베이징과 협력하며, 가능하다면 다른 선택지도 모색할 것이다. 중국 학자 다웨이가 포린 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베이징이 주목하는 새로운 지정학적 현실은 ‘유럽과 미국 간 깊은 분열’이며 이는 활용 가능한 기회라는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미국 동맹국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석유와 가스의 80% 이상이 아시아로 향한다. 현재 이 지역 국가들은 반세기 만의 최악의 에너지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어쩌면 역사상 최악일 수도 있다. 그 결과 일본과 한국 같은 동맹국들은 자국의 전력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 러시아와 이란 같은 적대국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설상가상으로 이들은 이란 전쟁에 적극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전 협의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로부터 비난까지 감수해야 했다. 이들 국가 상당수는 현재 에너지 안보와 친환경 기술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트럼프 외교 정책을 둘러싼 반복적인 질문 중 하나는 이것이었다. 그 영향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미국은 동맹국들과의 신뢰 상실을 회복할 수 있을까. 지금 우리가 보고 있듯이 각국은 이미 장기적인 정책 전환에 나섰고, 이러한 변화는 곧 자체적인 동력을 갖게 될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안보와 번영을 워싱턴에 맡겨왔지만 미국은 그 의존성을 이용해 그들을 강하게 압박해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제 이들은 ‘보험’을 들기로 결정했다. 신뢰할 수 없는 미국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누가 그들을 탓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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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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