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랜드라고 하는 바닷가 휴양지에서 불이 나 잠자던 많은 유치원 어린이들이 죽고, 인천에서는 졸업파티를 하던 수십여명의 중고등학생들이 화재로 죽었다는 사실이 채 잊혀지기도 전에, 또 경부고속도로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로 화재가 발생하여 여행길에 오른 20여명의 고교생들이 죽고 백여명이 다쳤다는 뉴스를 들었다.
지난 여름 참으로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했었다. 나는 20년 전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한국 사회의 모습에 허탈감을 느끼고 돌아왔다. 전국의 도로망도 그렇고 상수도, 하수도 시설도 그렇고 서울의 뒷골목도 그러했다. 나는 가는 곳마다 만약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를 상상해 보면서 늘 불안하게 느꼈었다.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곳은 별로 없었다. 그런 안전시설 아래에서 그 정도의 사고밖에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오히려 기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사고가 날 때마다 한국사회가 사고에 대처하는 방법을 비롯하여 원인 분석과 해결책은 늘 같다. 마치 처음으로 사고사건을 접하는 양, 아수라장 속에서 통곡하는 사람들의 표정 위에 공무원들의 부패와 비리, 검은 상혼등이 겹쳐서 거론되곤 한다. 정치가들은 하나같이 이 문제로 옥신각신 떠들썩하다가 참사현장에 나가 조의를 표하고 몇 사람이 구속되는 것으로 일단락이 지어진다. 또 다른 참사가 발생할 때까지 사건은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지고 모든 것은 얼렁뚱땅 떼우는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간다. 이렇게 반복되는 한국사회의 안전에 대한 불감증 현상이 안타깝다. 이래가지고서는 무책임의 연속으로 이어지다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송두리채 날려버리고 말 참혹한 비극을 피할 길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한국에 있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질문하면서 한가지 처방을 제시해 본다. 참사가 있을 때마다 일정한 날을 정해서 전국의 학생들로 하여금 검은리본을 달고 죽은 사람들을 애도하게 하는 것이다. 유치원이나 그보다 더 어린 아이들이 있는 유아원부터 시작한다. 뿐만 아니라 TV를 비롯한 모든 대중매체의 교육 프로그램들도 이 일에 동참하여 안방에 있는 젖먹이들까지 그 사건을 통하여 무책임한 행동의 결과에 대하여 생각하게 한다.
타락한 공직자나 부패한 어른들의 모습을 부각시키기 보다는 어린이들의 뇌리 속에 사고의 위험을 각인시키고 안전의 중요성과 인간의 생명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주지시켜야 한다. 불행한 일을 통하여 어린이들로 하여금 합리적으로 사고할 줄 알고 이웃을 위해 책임있게 행동할 줄 아는 사람이 되도록 교육시키는 사회 전반의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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