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일을 하고 싶습니다. 제발 일자리를 찾아 주십시오. 일을 해야 잠자리를 마련 할 것 아닙니까"
직장을 잃고 자신이 거주하던 아파트에서 쫓겨나 공원과 지하철에서 잠을 자며 생활하는 노숙자 김형도(44세)씨.
김씨는 한국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지난 75년 목공 기술자인 부친, 계모, 이복동생들과 함께 웨스트 버지니아주로 이민 왔다. 가구 공장에 취직한 부친을 도와 3년간 일한 김씨는 공장이 폐쇄되자 배운 것이 없어 잡일을 시작했으나 부친이 사망하면서 가족과도 관계가 멀어졌다.
지난 81년 한국에 가서 결혼, 부인을 데려왔으나 영주권을 받자 부인이 도망가 그는 새로운 삶을 찾아 83년 가을 뉴욕으로 혼자 이주했다.
김씨는 지난 18년간 야간 캐셔, 야채 다듬는 일, 청소 등 닥치는 대로 잡일을 해왔으나 한 직장에서 오래 견디지 못해, 직장 찾아 나서기가 하루 일과가 돼 버렸다는 것.
한인 델리에서 일하고 받는 일당으로 간신히 생계를 꾸려오던 김씨는 최근 직장도 잃고 브루클린 베이 릿지 아파트에서 룸메이트에게 쫓겨나 ‘거리의 사람’으로 생활하고 있다.
김씨는 "모든 것이 제가 무능한 탓이지만 뉴욕 한인들이 같은 한인에게 너무도 매정하다는 생각도 든다"며 "지금 심정으로는 차라리 죽고 싶다"고 마음의 아픔을 털어놓았다
김씨는 지난 21일 새벽 뉴욕 맨하탄 6번 지하철 마지막 칸에서 하룻밤 잠을 해결하려다 아무런 이유 없이 20대 히스패닉 승객이 휘두른 칼에 찔려 뉴욕병원 컬럼비아 의료센터 응급실에서 오른쪽 목에 입은 가벼운 상처를 2바늘 꿰맨 뒤 퇴원해도 좋다는 의사의 진단이 내려졌으나 뚜렷한 거주지가 없어 퇴원도 못하고 있다. 현재 병원측은 김씨를 뉴욕시 노숙자 쉘터에 인도하려고 시 당국에 연락을 취해놓은 상태.
"누구는 노숙자가 되고 싶어서 됩니까? 일자리 없고 잠잘 곳 없으면 노숙자 됩니다. 지하철이 밤에 위험하다는 것을 알지만 잠잘 곳이 없으니 어떡합니까. 델리 그로서리 경험이 있어 신문을 보고 일자리를 아무리 찾아가 봐도 잠잘 곳 없고, 씻을 곳 없는 사람을 누가 고용합니까. 제발 일자리 좀 찾아 주세요. 홈리스 쉘터는 마약중독자, 정신이상자, 범죄자 등이 득실거려 공원 또는 지하철보다 더 위험하다고 하던데..."
김씨는 연속 담배연기를 뿜어대며 자신의 처량한 신세를 눈물로 달래고 있다.
<신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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