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심 살펴보기’냐 ‘민심 만들기’냐
▶ "판세의 빈익빈 부익부 초래" 비판 고조
미국의 대통령선거전은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전개된다.
1개월전만 백악관 예약을 끝내기라도 한 듯 기고만장하던 조지 W. 부시 공화당 대통령후보가 갑자기 약자시늉을 하는 반면 예선전이후 단 한번도 기선을 잡지 못한채 빌빌대던 앨 고어 민주당대통령후보가 물만난 생선처럼 펄펄 뛰는 것 역시 여론조사가 만들어낸 조화이다.
대통령후보들은 여론조사를 위해 전체 선거자금의 3%를 투입하지만 여론조사의 결과가 나머지 97%의 쓰임새를 결정한다.
후보들은 취약지나 경합지를 중심으로 유세를 펼치고, 이들 지역에 TV광고를 집중시킨다.
여론조사에서 유권자들 사이에 인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 공약들은 폐기되거나 수정된다.
이 모든 것이 여론조사에 바탕을 두고 있으니 여론조사가 선거전을 이끈다고 말하는게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양 후보 진영의 전문여론분석가들은 "여론조사가 판세를 반영하는게 아니라 아예 여론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 시라쿠제대학의 로버트 맥류어 정치학교수는 "미국의 선거는 여론조사를 중심축삼아 전개된다"며 "여론조사가 현실을 대체했다"고 꼬집었다.
여론조사가 본격적으로 맹위를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은 80년도 선거때부터였다. 당시 선거해의 첫 7개월간 무려 26개의 여론조사 단체들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 저마다 백악관의 임자를 점쳤다. 이때부터 여론조사에 손을 대는 기관들이 늘어나기 시작, 올해의 경우 무려 136개의 서로 다른 단체들이 실시하는 여론조사가 나돌고 있다.
여론조사가 판세의 추이를 반영하는게 아니라 판세자체를 움직이는 동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약세 후보는 엄청난 부담에 시달리게 된다.
주요 여론조사에서 몇차례 약세를 보이면 당장 기부금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고 자원봉사자들의 수도 뚝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선거본부의 사기가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런 상태가 장시간 계속되면 약세후보는 선거를 치루기도 전에 패자판정을 받게 된다.
그러면 여론조사는 정확한가. 물론 그렇지가 않다. 미국의 대통령선거는 50개주가 개별적인 선거를 통해 승자를 가리고, 여기서 가려진 승자가 그 주의 대의원단을 독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정확한 추이를 알기 위해선 각 주별 연론조사를 실시해 이를 종합해야 하는데 엄청난 예산과 시간 때문에 거의 모든 조사기관들이 전국적인 표본집단을 추출해 지지도를 따지는 약식 조사방식을 사용한다. 이렇게 되면 아무래도 정확한 그림을 잡기 힘들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여론조사 의존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앞으로도 상당기간동안 여론조사는 선거판을 움직이는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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