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졸업한 클래스 오브 2000 고등학생들의 의식구조를 취재한 적이 있었다. 졸업반 학생들의 전화번호를 받아 놓고서 저녁에 전화를 걸면 문제없이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간단한 취재로 생각하고 한명씩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오후 4시, 아직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오후 6시쯤 전화를 걸었더니 학원에 가 있었다. 오후 9시, 오케스트라에서 연습하고 있다. 실례를 무릅쓰고 11시에 다시 걸어본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따라 늦는 것 같다고 전해온다. 다음날 아침 7시에 걸었더니 벌써 학교에 가고 없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모두 알겠지만,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 주말에는 호바트 초등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일요일에는 교회에서 찬양팀까지 한다. 병원 봉사, SAT 학원, 10종 학력경시대회 준비, AP공부, 회장선거... 전문직 어른들보다도 정신없이 바쁜 청소년들이다.
대학원서에 몇줄 더 써넣을 수 있다지만 동분서주하는 우리 청소년들이 전인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정신적인 여유가 있을까? 더욱이 인터넷 시대에서 전세대가 접하던 것보다 수십배의 많은 정보를 접하는 오늘날의 학생들은 심신이 지쳐 있는 것이 아닐까?
학부모들은 한국에서 그보다 더한 고3병을 겪었다지만 공부만 잘하면 해결되는 한국의 입시제도보다 이곳의 학생들이 더 힘든 것이 아닐까? 이제 막 새 학년이 시작되면서 다시 분주한 학교생활로 돌아간 자녀에 대해 한번 생각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한인 학생들의 우수성과 활약상은 우리 한인 커뮤니티의 최고 자랑거리이다. 누구나 자녀가 다재다능한 팔방미인이 되기를 바라지만 누구든지 학업과 많은 과외활동을 가볍게 소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닌 만큼 많은 활동과 걱정으로 스트레스와 씨름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취재하면서 느낀 것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부모를 사랑하지만 한가지 원하는 것이 있다면 더 많은 대화를 갖고 함께 놀 수 있는 시간을 바란다는 것이다. 자녀에게 다시 한번 독촉하기 전에 생각해 본다면 어려운 바람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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