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베오그라드의 모습은 체코식 벨벳 혁명이 아니라 1989년 12월 독재자 차우세스큐를 처형한 루마니아를 연상케 한다. 한때 밀로세비치를 열렬히 지지하던 세르비아인들이 이제 그를 은퇴시키려 하고 있다.
과거에도 몇번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있었다. 그 때는 실패한 축출운동이 어째서 이번에는 성공한 것일까. 투표가 끝난 후 밀로세비치는 재선거를 요구했다. 야당이 보이콧할 경우 밀로세비치는 자신의 승리를 합법적으로 주장할 수 있었고 참가할 경우 부정투표로 당선될 가능성이 높았다. 헌법재판소는 선거 일부 무효를 주장하며 밀로세비치가 현 임기가 끝나는 내년 7월까지 재임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평화적으로 사태를 해결할 수 없게 되자 야당은 파업과 대규모 시위로 맞섰다. 이번 시위는 그 규모나 열기에 있어 96년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 당시 분열상을 보였던 야당은 이번에 단합된 모습을 보여줬다. 그 이유는 세르비아인의 인내가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수년간에 걸친 경제제재와 월 45달러의 봉급, 탄압과 국제적 고립 등으로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작년 5월 밀로세비치는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전범으로 기소돼 그가 남아 있는 한 세르비아와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전쟁에서의 패배와 궁핍, 전범으로의 기소는 밀로세비치로부터 아무 것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분명히 했다. 클린턴 행정부가 군사적으로 개입한 것도 그의 몰락에 일조를 했다.
세르비아에게 새로운 미래가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은 이웃 나라 크로아티아를 보면 알 수 있다. 독재자 투디만이 죽은 후 친서방 개혁파가 집권하면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의 길을 가고 있다. 경제가 활기를 띠고 투자가들이 몰려들고 있다. 유럽은 크로아티아에 대한 무역장벽을 없앴으며 나토의 평화 파트너와 WTO 회원국으로 가입됐다. 크로아티아와 전 유고연방의 일원이었던 슬로베니아가 누리고 있는 번영을 세르비아가 누리지 말란 법은 없다.
세르비아의 새 지도자 코스투니차는 부패나 전정권과의 결탁으로 때묻지 않은 인물이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지만 세르비아는 밝은 내일을 가질 수 있다. 세르비아 사람만이 밀로세비치를 축출할 수 있었지만 오랫동안 그 나라를 뒤덮었던 어둠 속을 헤치고 나올 수 있는 길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서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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