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민주주의의 힘과 예측 불가성이 입증됐다. 불과 열흘 전까지 결코 무너질 것 같지 않던 밀로세비치 정권이 시시각각 쓰러져 가고 있다. 시민들이 의회와 TV 방송국 등을 점거하는 데도 경찰은 거의 저항을 하지 않았다. 지금 베오그라드의 풍경은 마닐라와 서울, 베를린과 모스크바의 옛 모습을 연상시킨다. 여러 번 본 광경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격적이다.
현재 밀로세비치의 행방은 불명이며 그가 다시 반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국제적으로 기소된 전범이고 국내에서는 실패한 정치인인 그가 갈 곳은 없다. 그러나 그가 반격을 시도하더라도 잃어버린 정통성을 회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과거의 많은 독재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밀로세비치도 이길 수 있거나 지더라도 결과를 조작할 수 있다는 잘못된 판단하에 선거를 실시했다. 그는 10년간 4차례나 전쟁을 치르면서 황폐해진 세르비아인들의 민심이 얼마나 이반돼 있는가를 잘못 읽었다.
클린턴을 비롯한 서방 지도자들의 압력도 그가 오판하는데 일조했다. 서방 각국은 민주적으로 선출되지 않는 한 국제기구에 가입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함으로써 독재자들도 민주주의라는 가면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서방 지도자들은 즉시 야당 후보인 코스투니차를 당선자로 인정했으나 러시아만 뒤늦게까지 발을 뺐다.
그러나 밀로세비치가 무너졌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전범에게는 어떤 피난처도 제공되어서는 안된다. 경제제재도 코스투니차가 법을 지키고 이웃 나라와 평화롭게 살 생각이 있는지 코소보에서 잡아간 포로들을 석방할 용의가 있는지 등을 봐 가며 점진적으로 풀어야 한다.
피플파워가 주는 또 하나의 교훈은 진짜 힘든 일은 독재자를 타도한 다음날부터 시작된다는 점이다. 서방 각국은 세르비아가 민주주의로 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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