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막을 내린 시드니 올림픽을 보면서 뼈저리게 느낀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미국에 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강한 ‘민족주의’(Nationalism)이다. 우리가 아무리 미국이라는 나라에 살며 ‘아메리칸’이라고 고집하지만 적어도 한인 1세, 심지어는 일부 1.5세들도 절대 ‘미국인’이 될 수는 없다.
미국과 시드니의 시차로 인해 뉴욕에 거주하는 한인 신문 독자들은 한국 선수들의 성적을 하루가 지나서야 접할 수 있었다. 한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이라고 할 수 있는 축구 결과 역시 시차로 인해 ‘묵은 기사’가 되는 바람에 아예 기사가 나오지 않을 때도 있었다.
한국팀의 축구 경기가 있는 날마다 본보가 독자들로부터 받은 문의전화는 수십건에 달했다. 한국팀의 경기결과 소식이 궁금해 신문사로 전화를 건 독자들 중에는 분명 미 시민권자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팀의 소식을 묻는 전화는 단 한통도 없었다.
한국 남자 필드 하키팀이 ‘육탄수비’를 펼치며 강호 네덜란드와 싸우는 모습을 MSNBC 방송을 통해 지켜본 한인들은 패널티 샷에서 한국이 아깝게 패하자 침울한 감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반면 미국 남자 축구팀이 8강에서 일본에게 승부차기로 승리했을 때 가슴을 조이며 미국을 응원한 한인들은 몇 명이나 됐을까?
해외 이민의 역사가 짧은 이유도 있겠지만 그 어느 민족보다 민족주의가 강한 한인 동포들은 분명 한국인이다. 시민권을 따기 위해 한인 업소록 뒤에 부록으로 게재된 ‘시민권 인터뷰 질문’을 ‘달달’ 외워가며 미국의 초대 대통령은 누구인지...미국의 정부는 어떤 형식으로 구성돼 있는지를 배우지만 우리 마음속의 진정한 초대대통령은 조지 워싱턴이 아닌 이승만이고 진정한 올림픽 영웅은 칼 루이스가 아닌 황영조와 손기정이다.
이 나라에 살기 위해 주류사회 진출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주류사회 진출은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다. ‘2세들을 위해 우리가 노력한다’라는 주장 아래 한인 1세들이 혀를 꼬아 영어를 하고 있지만 주류사회 진출은 앞으로 2세들이 자연스럽게 문을 열 것이다. 지금은 앞으로 점점 사라져갈 뉴욕의 한국 문화를 잘 익은 포도주를 따서 마시는 기분으로 음미할 때라고 본다.
‘미 시민권자’인 김철수의 아들인 ‘미 시민’ 잭 킴군이 어떻게 이승만과 황영조를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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