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 루이스 오비스포 관광 명소 ‘버블검 앨리’
캘리포니아 중부 샌 루이스 오비스포에는 더럽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한 유서깊은 문화유적이 하나 있다. 5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하루에도 300~400명의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이 유적의 이름은 ‘버블검 앨리(Bubble Gum Alley)’.
’버블검 앨리’를 보지 않으면 샌 루이스 오비스포를 보지 않은 것과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을만큼 명물이지만 방문객들의 반응은 하나 같다. 씹다 버린 껌들로 뒤덮인 벽을 보며 로렌 토빈(21)이 말했듯 "더럽지요"가 그것이다.
이름이 말해주듯 버블검 앨리는 다운타운의 건물 두채 사이에 있는 뒷골목이다. 세상에 이런 곳이 또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두 건물의 길이 70피트, 높이 15피트에 이르는 벽은 색색가지의 껌 수만개로 뒤덮여 있고 맨 위는 세월과 날씨 덕분에 새까맣게 변해버렸다.
어떤 사람은 그 버리는 껌으로 "예수님은 사랑하신다"거나 "포키"라거나 단순하게 "하이"같은 단어를 써놓기도 했고 어떤 사람은 담의 벽돌을 화폭 삼아 꽃, 성조기, 사람인지 아닌지 희미한 형체를 그려놓기도 했다. 개중에는 마치 어머니들이 대를 이어 자식들에게 하지 말라고 타일러온 두가지 나쁜 버릇을 상징이라도 하는양 껌으로 담배꽁초를 붙여 놓은 것도 있다.
이 시의 사적위원회도 이 골목이 언제 생겼는지는 잘 모른다. 그저 1950년대의 언젠가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처음에는 고등학생들이 벽에 껌을 붙이기 시작하던 것을 칼 폴리 학생들이 뒤를 이었고 60년대에 이르러서는 벌써 이 고장 명물이 되었다.
그러나 버블검 앨리에 대한 샌 루이스 오비스포의 태도는 일정치가 못해서 한때는 상공회의소가 관광명소로 꼽아 시정부가 간판을 내 건 적도 있었지만 주민들은 정기적으로 껌 퇴치 운동을 벌이곤 했다.
"어느 핸가는 소방국에서 나와서 물을 뿌려서 벽을 청소했지만 바로 다음날 수천개의 껌자국이 다시 나타난 적도 있었다"고 회고하는 다운타운어소시에이션의 데보라 홀리는 몇 년전 이 버블검 앨리를 전국 이색커뮤니티기념물 경연대회에 출전시킨 적도 있다. 전국에서 수백개의 도시들이 참가,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열린 경연을 벌였는데 이 뒷골목 사진이 화면에 나타나자 참가자들은 모두 "어휴, 더러워"라고 입을 모았다.
샌 루이스 오비스포와 껌, 또는 버블검 앨리가 무슨 인연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고집스럽게 동네의 전통을 지키는 것이 닮은 것이 아닌가 싶다고 홀리는 말했다. "관광객들을 보면 참 재미있어요. 이 골목에 끌리기도 하면서 멀리하고 싶어하기도 하거든요"
결혼 1주년을 기념하여 LA에서 이곳을 방문한 라이언 노튼(24)과 아내 안젤라(23)에게 이 골목은 재미있으면서도 구역질 나는 곳이었다. 안젤라는 "대단해요. 이것도 예술이라 해야하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이벽을 보면 사람들이 껌을 땅바닥에 버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겠어요"라고 말했지만 라이언은 혐오감을 떨쳐버리고 이 벽에 자기 부부가 왔다간 흔적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두 사람을 씹던 껌을 합해서 벽에 붙이고 아스팔트에 떨어져있던 유리조각을 주워서 그 위에다 두 사람의 이름 이니셜을 새겼다. 해마다 이곳에 다시 와서 껌을 새로 붙일 것이라고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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