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색(色)을 찾았다.
썰렁하다 못해 한파가 불어닥친 개그계를 그나마 지탱하고 있는 세 남자 남희석(29) 신동엽(29) 심현섭(30)이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며 겨울 채비에 들어갔다.
그동안 이들은 대중적인 인기를 등에 업고 각종 오락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밀어 왔다.
하지만, 투입된 노력과 시간의 양에 비해 효과는 크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제 이들이 방식을 바꿨다. 자신의 최대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소수 프로그램에에 집중적으로 열와 성을 투입하는 길을 택했다.
▧ 신동엽, "감동이 없는 웃음은 공허할 뿐이다."
신동엽이 선택한 테마는 감동이다. 방식은 유머(Homour)에 휴머니티(Humanity)를 엮는 ‘2H 전략’이다. 지난 달 말 복귀한 신동엽은 MBC TV <일요일 일요일 밤에> ‘러브 하우스’와 SBS TV <두 남자쇼> ‘지금은 휴가 중’을 통해 잔잔하면서도 가슴 뭉클한 감동 개그를 보여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웃음은 사연이 담겨있을 때 그 농도가 더해진다. 이러한 방법은 웃음을 전하는 인물이 시청자 시선에서 약간 비켜서서 또 다른 주인공을 더 돋보이게 해 무의식 중에 웃음과 의미를 전하는 방식이다.
신동엽이 이러한 접근 방식을 택한 것은 어쩌면 자신의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아직까지도 신동엽의 복귀를 놓고 여론 형성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왁자지껄 한다면, 반감이 커질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신동엽은 지난 해 MBC TV <일요일 일요일 밤에> ‘신장개업’ 코너를 진행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감동에 웃음을 더하는 방법에는 매우 익숙하다.
▧ 남희석, "내가 입을 열면 여럿 뒤집어진다."
SBS TV <색다른 밤>을 통해 토크쇼 진행자로 자신의 이미지를 바꾸는데 성공했다.
그의 가장 큰 무기는 역시 입이다. 그의 말을 느긋하게 듣고 있는 시청자들의 귀는 즐겁다. 남희석은 그동안 콩트 버라이어티쇼 MC 등을 통해 상황에 적절한 한마디 단어가 얼마만큼 큰 효과를 발휘하는 지를 절실히 깨달았다.
그의 재능은 여타 개그맨들이 파고 들기 힘든 부분이 많다. 대본에 없는 애드리브를 통해 분위기를 휘어잡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게다가 오직 ‘말의 힘’ 만으로 주변을 조율하며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여왔다.
토크쇼 진행은 안정된 가정 생활이 뒷받침 될 때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 출연자들을 편안하게 만들어 내면의 얘기를 끌어내기 위해선 우선 자신이 편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가정을 꾸린 남희석은 그런 의미에서 확실한 자신의 색을 찾았다고 할 수 있다.
그는 KBS 2TV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 ‘해피엔드’ 코너를 통해 미아를 찾아주며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 심현섭, "내 한 몸 불사르는 한이 있어도 이번엔 웃기겠다."
시청자 이모씨(26렸말玲?는 "<개그 콘서트>는 마치 심현섭을 위한 프로그램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어느 정도 과장된 표현이지만 심현섭으로 인해 프로그램의 성격이 변화된 것도 또한 어느 정도 사실이다.
이를 달리 보면 프로그램의 포맷을 변화시키는데 심현섭이 크게 기여했다는 말이다. 심현섭은 각종 콩트 개그를 통?짧은 순간 온몸으로 터뜨리는 폭발적인 개그의 맛을 알았다.
이후 KBS 2TV <개그 콘서트>의 ‘봉숭아 학당’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복귀에 성공했다. 방송사 측에서도 ‘새 술을 헌 부대에 담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말하고 있다.
▧ 내년 봄이 기대된다.
지난 달 방송 3사의 가을개편으로 이들 세 남자는 각자의 분야를 찾아갔다. 이제 남은 것은 이들이 한 겨울을 버틸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양식을 구하는 일이다.
갈수록 더 자극적이고 새로운 웃음을 요구하는 시청자들로 인해 개그 프로그램의 수명이 6개월로 단축됐다. 살아 남기 위해 각자의 색(色)이 분명히 드러나는 영역으로 파고든 이들 세 남자가 내년 봄을 어떤 표정으로 맞이할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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