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이요? 그런 생각은 별로 안해봤는데."
성공을 위해 친구와 여자를 배신하는 비정한 남자 민기.
사실 이 드라마의 핵심이지만 캐스팅 당시 많은 연기자들이 고개를 가로저였던 배역이다. 유준상(31).의 생각은 좀 다르다. "인간적으로 그럴 만한 사연이 있으니까요." 사업 실패와 아버지의 죽음, 어머니의 가출 등 굴곡 많은 자신의 유년시절, 그리고 철두철미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면 능히 냉혈한의 면모를 가질 수 있다는 평소 생각에서이다.
민기는 마치 MBC ‘이브의 모든 것’의 허영미(김소연)처럼 딱딱한 껍질 속에 한없이 약한 내면을 가진 인간유형이기도 하다.
민기의 할머니가 위독할 때, 오히려 친구인 호태(박상민)는 비행기에서 뛰쳐나와 달려오지만 그는 꿋꿋하게 앉아 사법고시를 치른다. 어찌 보면 드라마에서 수없이 봐 왔던 냉혹한 출세지향적 인간형이지만, 꽉 다문 굳은 입술에 언뜻언뜻 고뇌와 갈등을 비쳐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호태가 ‘돈키호테’라면 민기는 ‘햄릿’ 형입니다. 집에 불이 났다면 호태는 만사 제쳐두고 불속에 뛰어들겠지만, 민기는 일단 앞뒤를 재는 사람이지요. 어쩌면 요즘 사람들은 호태보다는 민기처럼 행동하고 싶어하지 않을까요?"
선하고 부드러운 인상 한편에 다져진 구석이 보인다. 아마추어 화가로서의 내공이다. "그림 그리는 거나 연기하는 거나 어차피 다 도를 닦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빠져들면 시간 가는 줄 모르죠." 그는 남의 인생을 소화해야 하는 데서 오는 버거움을 붓끝으로 푼다고 한다. 얼마 전 한전플라자 갤러리에서 개인전(유화)도 열었다.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95년 데뷔, KBS ‘마법의 성’ SBS ‘첼로’ 에서 시청자들에게 알려졌고 ‘가위’등 몇 편의 영화에도 출연했다. 인간의 이중성을 절묘하게 오가는 민기의 인생을 살아보면 그의 연기는 물론 그림도 한결 성숙해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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