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9년 전인 91년 11월19일 밤 그라나다힐스의 ‘소망의 거리’(Wish Avenue)에 있는 한 단란한 한인 가정집에서는 끔찍한 일가족 피살사건이 일어났다. 자상하고 착했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천진난만한 일곱살 난 딸과 다섯살 난 아들이 살인마가 휘두른 흉기에 온몸을 난자 당해 하루밤새 모조리 목숨을 잃은 것이다. 당시 대릴 게이츠 LA경찰국장은 기자회견을 자청, 직접 수사 브리핑을 하면서 경찰의 자존심을 걸고 최선의 수사를 하겠다고 다짐했고 한인언론은 물론 미 주류언론들도 연일 사건내용을 대서특필하며 수사 진행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 사건은 다름 아닌 한인사회 최대의 참극으로 기록됐던 유희완씨 일가족 피살사건이다. 비록 긴 세월이 흘러 보통사람들의 기억에서는 사라진지 오래지만 일가족의 시신이 하얀 천에 싸여 차례로 들 것에 실려 나오는 모습을 경찰이 쳐놓은 노랑줄 밖에서 망연자실하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유가족의 가슴속에는 아직도 아물지 않은 깊은 상처가 선명하게 패어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지금껏 용의자 윤곽은커녕 사건 동기나 정황 등 어느 하나도 속시원하게 밝혀지지 않은 채 경찰국 본부의 한 책상서랍 속에서 잠만 자고 있다. 사건을 수사했던 직 소우 존스, 버크 헨리등 베테런들은 이미 은퇴를 해 이제는 사건 내용을 제대로 기억하는 수사관들조차 없는 상황이다. 아직도 이 생에서 마지막으로 봤던 범인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하며 법의 칼날이 범인의 목을 내리치는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는 유씨 일가족에게는 무덤 속에서도 땅을 칠 일이다.
지난 90년 이후 현재까지 LA지역에서 일어난 한인 피살사건은 모두 130여건. 이중 20%가 사건의 동기나 용의자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은 채 미제로 남아있다. 유씨 일가 외에도 무덤 속에서 땅을 치며 영면하지 못하는 영혼들이 LA의 이곳저곳을 떠돌고 있는 셈이다.
유씨 일가족의 영혼은 아직도 범인이 체포되길 바라는 ‘소망’을 버리지 못한 채 막다른 ‘소망의 거리’를 방황하고 있다. ‘도대체 경찰은 범인을 안 잡고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원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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