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계 표를 잡아라’
선거 때가 되면 미국의 대 정당들은 마이너리티 표 확보에 안간힘이다. 선거 때는 한 표, 한 표가 아쉬운 법. 또 접전의 상황에서는 ‘블록 보트’로서 소수계 표가 때로 결정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올 대통령 선거 결과 한 가지 사실이 확실히 드러났다. 흑인, 라틴계등 소수민족계 표는 블록 보트로서 역할을 단단히 한 반면 아시아계 표는 이도저도 아닌 산표가 됐다는 사실이다.
’보터 뉴스 서비스’의 전국적 조사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55%의 아시아계는 앨 고어를, 41%는 조지 W 부시를 각각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내 최대 아시아계 인구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에서 아시아계 표는 더욱 양분화 현상을 보여 48%는 고어를, 47%는 부시를 각각 지지했다. 흑인계의 경우는 90%가, 또 라티노의 경우는 62%가 고어를 지지한 것과 큰 대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계 표를 한 블록으로 묶어 그만큼 미국 정치에 대한 아시아계의 목소리를 높이자는 운동이 없었던 게 아니다. 최근의 ‘80/20 이니셔티브’ 운동도 그 일환이다. 아시아계표의 80%이상을 한 후보 지지로 결집시키자는 운동으로 올 대선에서는 고어에게 몰표를 던져 아시아계의 보이스를 내자는 것이다. 투표 결과는 그러나 이 운동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난 셈.
그러면 아시아계가 하나로 뭉쳐 보팅 파워를 만천하에 과시할 가능성은 애당초가 기대밖의 일일까. 꼭 그렇지도 않을 것 같다.
펜실바니아주는 전통적인 민주당 터밭이고 이 주의 아시아계 유권자는 5만여명 정도의 소수다. 이 소수의 아시아계들이 일을 냈다. 아시아계가 보팅 파워를 결집시킨 결과 펜실바니아가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지지에서 공화당 지지로 뒤바뀌게 된 것이다.
’80/20 인셔티브’운동과는 정반대로 이 지역 아시아계 커뮤니티에서는 부시지지 바람이 불었다. 이 바람을 타고 아시아계는 최소한 2대1에서 3대1정도까지의 압도적 차이로 부시에게 표를 몰아주었다. 그 결과 업치락 뒷치락 박빙의 접전에서 부시가 승리를 굳히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아시아계의 단합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소는 언어문제다. 대부분의 아시아 커뮤니티는 아직까지 1세중심이다. 그러므로 바로 이웃의 다른 아시아 커뮤니티와도 대화가 없는 상태다. 영어권의 2세가 커뮤니티의 주역이 돼 언어문제가 해결되고 아시안 연합이 형성되는 때에는 상황이 전혀 달라질 것이다" 일찍이 한 아시아계 원로 언론인이 한 예언이다.
’펜실바니아에서 생긴 일’은 이 예언이 공상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사건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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