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부터 불온하다. 마릴린 맨슨(Marilyn Manson)은 미 여배우 마릴린 먼로와 연쇄 살인마 찰리 맨슨을 합친 그룹 이름이다. 이는 미와 추, 선과 악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이름이다.
이름에서부터 이들은 ‘정상적’ 노래를 부르리란 기대를 저버린다. 이런 선입견을 증명해 보이 듯이, 마릴린 맨슨은 1998년 미국 얼바인 고교 총기 난동 사건에 간접적으로 관련되는 등 미국 학부모들이 우려하는 밴드중의 하나이다.
기독교도들은 민망할 정도로 신을 조롱하는 이들의 노래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중세시대 마녀 복장에 박쥐의 목을 물어 뜯는 기괴한 장면까지 연출하면서 이들은 세상에 대해 악랄하고도 엽기적인 방법으로 저항의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음악인 곁으로 다가가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멤버들은 술과 마약을 멀리하는 절제된 생활과 지적인 면모를 갖고 있다고 전해진다.
엘리스 쿠퍼와 이기 팝을 존경한다는 마릴린 맨슨이 그 동료들을 규합해 밴드를 만든 것이 1994년이다. 인더스트리얼 계열의 원맨 밴드인 ‘나인 인치 네일스(트렌트 레즈노)’의 프로듀싱으로 그의 음반사 ‘Nothing’에서 ‘Portrait Of An American Family’를 발표한 이후 이들의 족적은 줄곧 이단을 향해 있었다.
그러나 이단으로서가 아니라 아티스트로서 그들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나는 검은 무지개, 신의 원숭이/ 난 폭력에 얼굴을 돌리게끔 돼있지/ 난 왜곡된 10대/ 낙태로부터 살아남은/ 엄마 아빠 고마워요/ 쓰디쓴 맛을 볼 이렇게 엿 같은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어서/ 난 진정한 신은 사랑해요/ 하지만 사람의 신을 증오해/ 당신이 혁명을 원한다고?/ 무슨 같잖은 소리’ 그들의 5번째 앨범 ‘Disposable Teens(폐기될 수 있는 10대들)’ 의 동명의 타이틀 곡이자 ‘블레어 위치2’의 오프닝 곡의 가사 일부이다.
통렬한 냉소가 주는 쾌감은 통상 핌프 록이 주는 후련함과도 비슷하지만 전통적인 록과 메탈 사운드에 기초한 연주와 강약이 조절되는 매력적인 보컬의 매력이 더해져 음악적으로 완성도가 더욱 깊게 느껴진다.
종교와 정치, 가부장제에 대한 끊임없는 공격과 해체 시도 역시 이들의 아티스트로서의 지향을 분명히 드러낸다.
때문에 ‘엽기 밴드’니 하는 말로 이들의 음악성이 제대로 조명되지 못하는 부분은 아쉬운 대목임에 틀림없다. 바로 이런 ‘희생자적’ 면모 역시 한 번 그들의 음악에 빠진 이들을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중독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들이 한국에서의 공연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매우 강한 메시지의 하드코어 음반이 너무나 많이 팔리는 것이 신기할 뿐더러 두 번이나 공연신청이 퇴짜를 맞았다는 사실이 영 개운치 않은 모양이다.
제작사인 유니버설 경영진에게 "한국에서 공연을 성사시켜 달라" 했다는 데 과연 이들이 내년 한국을 찾을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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