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서 ‘프레셔 펏’(pressure putt)이라는 말이 있다. 쉽게 홀아웃 시킬 수 있는 3~4피트의 짧은 퍼팅인데도 큰돈이나 승부가 걸려있을 때 가슴이 떨려 쉽게 성공시키기 어려운 경우를 일컫는다. 주말골퍼는 친구들간에 1달러 내기를 하다가도 프레셔를 받는데 대회 우승이나 큰 상금이 걸려있는 퍼팅에서 프로선수들이 받는 프레셔의 무게는 두말할 필요가 없겠다.
그런 점에서 4일 막을 내린 2001년도 PGA 퀄리파잉대회 마지막 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최경주가 성공시킨 7피트 퍼팅은 대단한 것이었다. 이 퍼팅 하나에 그가 내년 시즌 PGA 투어에서 계속 뛸 수 있느냐 2부 리그격인 바이닷컴 투어에서 뛰게 되느냐가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PGA 투어선수와 바이닷컴 투어선수의 실력 차이는 백지 한 장에 불과하다"고 흔히들 말하지만 그들이 받는 대우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
PGA 투어 대회상금은 최고 500만달러, 우승상금은 100만달러에 달하지만 바이닷컴 투어는 전체 상금 30만~40만달러선에 우승상금도 5만~7만달러선에 불과하다. 실수입에 있어서는 더 큰 차이가 난다. PGA 선수들은 비공식 대회에 수만~수십만달러의 참가비를 보장받고 출전하고 스폰서 계약으로 상금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지만 바이닷컴 선수에게는 그같은 기회가 전무하다.
2000 시즌 PGA 상금랭킹 1위 타이거 우즈는 공식대회에서만 918만8,821달러의 상금을 벌어들였다. 바이닷컴 투어 상금랭킹 1위 스파이크 맥크로이의 상금은 30만688달러였다. 에어캐나다 챔피언십 공동 8위가 최고 성적으로 상금랭킹 134위에 그쳤던 최경주의 30만5745달러보다도 5,000달러 이상 적은 것이다. 바이닷컴 투어에서 상금랭킹 106위에 랭크된 한인골퍼 찰리 위는 25개 대회에 출전해 고작 3만1,451달러의 상금을 벌어들였다.
PGA 투어에서는 자가용 제트기로 이동하는 선수들이 있는 반면 바이닷컴 투어 선수들은 대부분 낡은 승용차에 골프채를 싣고 수백마일 때로는 수천마일을 달려 다음 대회 장소로 이동한다. PGA 선수들이 프라임립 스테이크를 먹을 때 바이닷컴 선수는 맥도널드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며 모텔비를 아끼기 위해 차안에서 새우잠을 잔다. 언젠가 PGA에 진출할 날을 꿈꾸며 10여년씩 바이닷컴 투어에서 고생하는 선수들이 즐비하고 가족까지 스테이션 왜건에 싣고 다니며 집도 없이 생활하는 선수도 있다.
’지옥의 Q스쿨’로 통하는 6라운드의 PGA 최종 참가자격 대회에서 부진한 출발에도 불구하고 막판 스퍼트로 턱걸이에 성공한 최경주가 저력을 살려 내년 시즌에는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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