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이반(뉴욕동성애 인권운동 단체)
먼저, 지난 9월 21일 ‘동성애 드러내기’(coming out)라는 쉽지 않은 선택을 한 개그맨 홍석천에게 우리 이반(뉴욕 동성애자 모임) 전원은 큰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그의 퇴출은 한국사회, 특히 공인으로 활동하는 연예계에선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 그 의미가 더 큰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큰 박수가 다 끝나기도 전에 우리는 한국방송 KBS, MBC의 홍석천씨 전면 방송출연 금지라는 소식 또한 접하게 되었다.
방송국은 이렇게 이유를 달았다. “시청자, 혹은 청취자의 정서와 다를 뿐만 아니라 교육상 위험하므로...” 방송국은 홍씨가 동성애자이기에 그에게도 엄연하게 존재하는 인간으로서의 권리는 모두 짓밟을 수 있음을 우리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아니 방송국은 홍석천씨 개인 뿐만 아니라 동성애자, 성전환자(transgender)-간단히 말해 이성애자가 아닌 다른 정체성을 가진 이들 - 모두의 인권을 유린했다. 이성애자가 아닌 다른 정체성을 가진 모든 이들은 이번 일로 인해 더욱 더 자기 자신을 감추고 스스로를 미워하며 살아가기를 계속해야 하는 결과를 맞게 된 것이다. 이에 우리는 방송국의 홍씨에 대한 이번 처사를 지탄하는 바이다.
이번 일에 바로 뒤따라 아이로니컬한 소식이 있다. 2000년 노벨평화상을 한국사회에선 역사상 처음으로 김대중대통령께서 수여하셨다. 이 노벨평화상은 인권옹호를 위해 평생을 바치신 그 분의 공로에 대한 상이요, 또한 분단 50년 이래 처음으로 남과 북의 현제를 서울 한복판에서, 그리고 평양 한가운데서 만나게 하여 한반도 전체를 기쁨의 눈물로 적시게 한 주인공 중의 한 사람에 대한 상이다.
사실, 김대중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이 있기 전, 1999년 인권운동에 대한 상이 한국의 그 어떤 단체에 수여되었다. 다름아닌 동성애 모임 ‘끼리끼리(여성)’와 친구사이(남성)’가 바로 그 단체이다.
KBS, MBC 방송국에 묻고 싶다. 50년간 우리의 손과 발, 그리고 마음을 묶었던 이념의 차이는 극복할 수 있어도 한 인간의 사랑을 선택하는데 있어서의 차이는 절대 용납될 수 없는 것인지를.
홍석천 퇴출을 계기로 <동성애 인권옹호>를 위해 지금까지 싸우고 있는 많은 인권운동가, 평론가, 연예인(익명), 그리고 많은 일반 시민들과 우리들도 같이 가고자 한다. 비록 몸은 조국과 떨어져 있지만 ‘한민족의 만남을 위해’ 마음이라도 그 길로 달려가고자 한다.
방송국은 속히 홍석천씨의 방송금지를 해제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방송에서 그려왔던 동성애자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기를 요구한다. 동성애자는 그의 본연의 존재와 관계없이 그저 우스꽝스럽고 암울하고 혹은 성적 변태자로 방송에서 보여졌다. 이는 동성애자에 대한 비인간화 현상이다. 바뀌어져야 한다. 그냥 동성애자를 한 인간으로 그리면 된다.
마지막으로 김대통령과 현정부에 요청한다. 동성애자 이성애자로 나뉘어져 싸우고 헐뜯는 사회가 되지 않도록, 인간 개개인의 인권이 존중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앞장 서 주기를.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