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한달이 지났다. 당선되면 양당간의 화합을 추진하겠다던 부시 팀이 검표를 둘러싼 분쟁에 연방 대법원을 끌어들인 것은 슬픈 일이다.
플로리다 주 대법원의 전지역 수검표 명령을 중지시키는 판결을 내리면서 안토닌 스칼리아 연방 대법관은 “검표부터 먼저 하고 표의 적법성을 나중에 판단하는 것은 비민주적 처사”라고 밝혔다.
연방 대법원은 역사적으로 주정부 문제에 대해서는 개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스칼리아 대법관의 발언은 연방 헌법을 독자적으로 해석했다기 보다 공화당의 당리당략을 염두에 둔 것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내 생각으로는 플로리다 재검표 명령을 중단시킨 렌퀴스트 대법원장을 비롯한 5명의 판사는 미 건국의 아버지들이 조심스럽게 만들어 놓은 주와 연방정부간 권력의 균형을 깨는 잘못을 저질렀다.
연방 대법원이 중지 명령을 내리기 전까지 플로리다 전역에서 재검표 작업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었다. 컴퓨터가 기록하지 못한 표를 손으로 세는 것은 유권자의 의도를 존중한다는 민주주의 기본 원칙에 합치되는 것이다. 이를 갑자기 중단시킨 연방 대법원의 결정은 누가 정당한 승자인가를 가려내는 것을 막았을 뿐 아니라 정치적 고려에서 내려졌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이 문제에 불필요하게 개입함으로써 앞으로 수년간 연방 대법원은 신뢰도에 상처를 입는 것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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