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시각
▶ (제임스 핑커튼, LA 타임스 칼럼)
Y2K 버그에 물리지 않고 2000년이 넘어가나 했다. 그러나 이번 플로리다 사태는 Y2K 버그가 우리 컴퓨터에는 뚫고 들어오지 못했지만 우리의 정치제도에는 침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12일 연방대법원의 결정은 앞으로 수십년 동안 법학자들이 풀어야할 기준과 비기준의 얽힌 덩어리다. 부시가 법원 판결의 혜택을 입은 것으로 보이지만 부시는 취임식도 치르기 전부터 바로 그 법원의 결정으로 곤욕을 치를 것이다.
부시와 고어는 이번 사태에 임하면서 법률팀의 요구에 따라 여러 차례 입장을 바꿨다. 만약 고어의 주장대로 모든 표가 검표가 돼야 한다면 왜 민주당측은 말린카운티와 세미놀카운티의 부재자투표 2만5,000표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는가. 부시의 주장대로 이 나라가 한데 뭉쳐야 한다면 왜 부시는 텍사스주 크로포드의 목장에 숨어 있었는가.
두 후보들을 지지하는 민초들도 입장을 바꿨다. 비록 고어, 부시 양측 지지자들간에 심각한 충돌이나 그에 따른 체포는 없었지만 민주당측은 공화당의 지시를 받은 플로리다주 경찰이 마이애미-데이드카운티 검표대를 폐쇄했다고 주장했다. 제시 잭슨 목사는 보다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잭슨은 12일 대법원 판결이 내려지기 전 "대법원이 검표를 반대하는 판결을 내리면 폭동이 발발할 것"이라고 겁줬다. 독재에 맞서서 민중들이 궐기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잭슨 목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을 노예제도를 지지함으로써 남북전쟁을 촉발시킨 지난 1857년의 드레드 스캇 판정에 비유했다.
공화당측 대응도 만만치 않다. 공화당 전국위원인 버지니아의 모튼 블랙웰은 고어 진영을 "자신들이 이기기 전에는 그칠 줄을 모르는 레닌주의자"로 몰아붙였다.
아무튼 이제 선거는 끝났고 부시는 제43대 미합중국 대통령에 취임하게 됐다. 대다수의 미국민들도 이제는 이 문제를 그만 끝내기를 원하고 있다. 비록 미국민들이 신뢰해 온 법원이 당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오락가락함으로써 실망을 안겨주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제 부시는 독이 든 당선축배를 들고난 후 채드의 먹구름을 헤치고 미국정치에 햇빛을 가져와야 할 책임을 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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