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살림이 어렵구나 하는 느낌은 매스컴을 통해 곱씹는다. 여기 살면서 한국 신문마저 보지 않는다면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고 지나치기 일쑤다. 한 나라의 경제사정이 좋고 나빠지는 것은 하루아침이나 저녁에 드러나지 않고 안개비가 내리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옷이 젖듯 그렇게 서서히 변화가 온다. 아주 천천히.
유명 패션 디자이너는 내년 봄이나 여름에 어떤 옷이 유행할지 먼저 느끼듯, 신문은 사회 경제변화 기미를 일찌감치 눈치 채고 우리에게 전해준다. 신문은 말한다. 한국의 경제위기는 정치위기와 맞물려 있다고. 정말 옳은 말이다. 정치는 정치인이, 경제는 경제인이라고 주장하는 이가 있지만 어찌 정치와 경제가 따로일 수 있을까. 특히 한국인처럼 참견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신문을 보기가 겁난다. 끊임없이 터지는 대형 사건 때문에. 왜 이것밖에 안될까. 국내 일류대학은 물론 세계에서 최고라는 대학의 졸업장이나 박사학위를 받은 이들이 정치를 하는데.
같은 물이라도 독사가 마시면 독이 되고 소가 마시면 젖이 된다고 했듯이 어떤 능력이건 좋은 마음으로 쓰면 꿀이 되지만 나쁜 마음으로 쓰면 독이 되겠지. 한국병의 원인 가운데 하나가 능력을 나쁜 마음으로 사용하는 게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치료는 의외로 빠를 수도 있는데.
나쁜 마음 하면, 먼저 소위 권력이 있는 자는 그 힘을 어디에다 사용해도 괜찮다는 사회적인 묵인이 떠오른다. 연속극에 나오는 대부분의 정치인은 ‘누가 이 자리에 오르지 말라고 했나 자기가 무능해서 못 오른거지’ 하며 자기의 권력으로 암흑가의 보스처럼 맘껏 나쁜짓을 한다. 그러다 걸리면 재빨리 외국으로 도피한다.
한국인의 너그러움인지 도망가서 시간이 흐르고 매스컴에서 사라지면 사람들은 다 잊어버린다. 둘째는 경쟁에서 이기려는 욕심이 너무 강해 수단 방법의 정당성을 무시하는 마음이 떠오른다. 따라서 불법한 짓을 하다 걸리면 그것은 자기 잘못이 아니라 재수없어서 걸렸다고 투덜거린다. 그러니 찬스가 생기면 또 할 것이다. 보다 교묘하게.
좋은 마음이란 무엇인가. 국회의원에 출마한 자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외친다. 여러분의 종으로서 4년을 하루같이 봉사하겠습니다. 파출소나 관공서 입구에는 친절 봉사라고 써 있다. 아, 바로 봉사하는 마음이 좋은 마음이구나, 누구나 다 아는거고 얼마나 간단한가.
우리의 나쁜 마음을 봉사하는 의식으로 변화시킬 수만 있다면, 한국인은 이 차, 삼 차 IMF시대가 온다해도 거뜬히 넘길 수 있을터인데. 우리가 솔선수범하여 2001년을 대망의 해로 만들어 간다면 얼마나 신나는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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