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국의 한 언론사가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 앤 리서치를 통해 한국국민들의 여론을 조사한 결과는 참으로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응답자의 85.2%가 우리나라가 잘못되고 있다고 대답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잘 되고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응답자의 14.2%에 불과했다. 여론조사란 어떤 시점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시점의 여론은 반영하는데 불과하며 시점이 다르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일이지만 절대다수의 국민이 나라가 잘못되고 있다고 느낀다면 뭔가 잘못되어 있음에 틀림없다.
한국의 현실 인식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는 외국인의 눈에도 마찬가지이다. 역시 지난주 국회보에 실린 서울주재 외국특파원들의 견해에도 그런 점이 여실히 나타났다. 이들은 주로 한국의 정치가 의회 민주정치라기보다는 대통령과 정당의 총재들이 중심인 과두정치에 가깝다고 보았다.
한국이 뭔가 잘못되어 있고 또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은 이런 조사결과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쉽게 느낄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외국에서 살고 있는 해외동포들의 입장에서 한국을 들여다 보면 나라 사정이 너무도 답답하게 꼬여가기 때문에 마치 친정집의 환난을 보는 것 같은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이제는 한국의 뉴스를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많다.
한국이 잘못되고 있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 많은 원인 중에서도 가장 큰 원인은 사람들의 지나친 이기심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아래서부터 꼭대기까지 모든 국민이 자기 이익만 생각하고 자기 이익을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서슴치 않기 때문이다. 개인의 이기심이 확대되어 집단이기심이 되고 개인이나 집단이 자기 이익을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데서 법과 도덕은 힘을 잃어버렸다. 권력이나 금력 등 힘을 가진 사람들은 이기심을 더욱 힘있게 추구하여 힘없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더 피해를 보는 지경이 됐다. 개인이나 단체, 회사, 정당, 심지어는 공권력가지 이런 이기주의에 빠져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개인은 잘 되는데 나라가 잘못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대통령이 노벨상을 타고 또 무슨 첨단기술이 개발되었다는 뉴스가 끊임없이 나오는 나라가 한국이다. 또 재벌 총수들이 세계적인 부자의 대열에 오르고 웬만큼 재주있는 사람이면 백만달러가 넘는 집을 쓰고 사는 나라가 한국이다. 그런데 나라가 잘못되고 있다는 말이 나오니 참으로 이상하지 않은가.
흔히 법과 제도보다는 이를 운용하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한국의 법과 제도는 미국과 거의 비슷하지만 그 법과 제도가 미국처럼 제대로 운용되지 않는다. 그 법과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들의 이기심이 앞서기 때문에 법과 제도는 무용지물이 된다. 민주주의를 한다면서도 정치의 과두적 독재성은 사라지지 않고 시장경제를 한다면서도 공적자금 등 인위적 조작은 더욱 심하다. 정권이 바뀌어도 여당은 과거의 여당식을 따르고 야당은 과거의 야당식을 그대로 따를 뿐 아무 발전이나 변화가 없다.
요즘 기업의 구조조정이 경제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나라의 잘못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사람 자체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누구나 아전인수격으로 주장하는 이기심이 잣대가 아니라 만인에게 공정하게 적용되는 법과 제도가 잣대가 되는 사고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정권이 백번 바뀌어도, 또 IMF를 백번 겪어도 나라는 희망이 없다. 힘있는 사람들부터 솔선수범하여 다시 태어난 모습을 보이고 모든 국민들이 이 모범을 따르도록 이끌어야 한다.
“나라가 잘못되고 있다”고 국민들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위기이다. 이것은 국민들이 정치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고 경제에 좌절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런 상태에서 남북관계 운운해 보았자 국민들은 자신감을 잃을 수 밖에 없다. 이 시대의 지도자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나라를 망친 사람들로 기록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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