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비에서 경기가 종료됐음을 의미한다.
다른 종목의 게임 셋, 플레이 오프와 같은 뜻이다.
럭비는 스포츠 가운데 인원이 가장 많다. 15명이 한 팀이다. 최종 목표인 트라이로 이어지는 과정은 다양하고 격렬하다. 다른 구기와 달리 공격과 수비의 수단으로 손, 발이 함께 사용된다. 가장 많은 인원에다 공수 형태의 다양성 때문에 박진감이 넘친다. 쉴새없는 질주, 투우(鬪牛)를 연상케하는 맨 몸과 몸의 충돌, 먹이를 앞에 둔 맹수의 다툼. 이런 것들로 시종한다.
경기 특성상 어느 종목보다 신체적으로 위해당할 소지가 많다. 그러나 거친 정도에 비해 부상 빈도는 언제나 최소화한다. 질나쁜 반칙이 자제되는 탓이다. 맥박과 혈압이 치솟으면 감정적 본능이 선행할 수 밖에 없지만 럭비에서는 이성적 반응이 주를 이룬다. 경기장내 폭력사태, 판정에 대한 불복 행위 등은 아주 드물다.
왠만한 악조건에서도 경기는 치뤄진다. 지진 홍수 등 천재지변이 발생하지 않는 한 경기는 시작하고 계속된다. 진흙으로 뒤범벅된 유니폼, 폭우 혹은 폭설 속의 경기장면이 가끔 사진으로 보도되는 것은 럭비만의 특성이다. 거칠지만 아름다운 스포츠다.
미국인들이 지구상 최후의 스포츠(파이널 스포츠)라고 예찬하는 미식축구와는 또다른 맛이 있다. 미식축구가 한 챕트씩의 재미를 전하는 시트콤이라면 럭비는 긴 스토리가 이어지는 대하 드라마같다고나 할까.
느닷없는 럭비 예찬은 이 경기의 남다른 특질이 ‘노 사이드’ 정신에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노 사이드를 번역하면 ‘편이 없다’는 뜻으로 ‘경기 끝났음’을 알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전적 의미만으로 단순 해석되지 않는다. 다른 장(場)의 시작을 예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내편, 네편으로 벌였던 겨룸이 끝났을 뿐 함께 어우러짐의 순서가 기다리고 있다는 깊은 속을 담고 있다.
럭비 경기장에는 단 한개의 샤워장만 들어서 있다. 양팀 선수 임원이 한 샤워장에 들어가란 얘기다. 플레이 중 묻은 흙먼지는 물론 감정의 앙금까지 모두 함께 씻어내라는 무언의 설득이다. 노 사이드의 응축이라 할 만하다.
최근 서울서 오신, 한 분을 환영하는 조촐한 모임이 열렸다. 그분의 대학 럭비부 동기, 후배들이 모두 모였다. 체육부 기자시절의 인연으로 필자도 초대받았다. 이 자리에는 그 분과 학교가 다른 후배 러거들은 물론 뉴욕에서 처음 럭비를 배웠다는 신참들까지 참석했다. 격의없는 어울림이 보기 좋았다. 특히 학교가 다른 선후배들간의 정이 남달랐기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뉴욕의 한인 러거들은 매년 봄, 가을 왕년의 일본 플레이어들과 친선경기를 11년째 갖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선수 등 100여명의 한일(韓日) 럭비 가족들이 바비큐 파티 등 잔치마당을 갖는다고 했다.
‘가깝고도 먼 이웃’ 일본인들과의 친선 정기전은 색다르게 느껴졌다. 해외 어느 지역에도 없고 다른 종목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흐뭇한 전통이다. 럭비가 가진 노 사이드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이제 이달말 체육회장 선거를 필두로 수산인 협회, 청과 상조회, 경제인 협회, 봉제협회, 뉴욕 한인회 등 각종 단체의 장을 뽑는 행사가 줄을 잇는다. 선거 과정은 당연히 치열할 것이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후는 화합으로 이어져야 한다. 예년과는 달리 선거 후는 모두 한 편이 되자.
노 사이드 정신을 떠올려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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