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모에 책거리 하나 했다. 도산 안창호선생전이다. 왜 하필이면 이런 책을, 책방 한 구석에서 먼지만 뒤집어 쓰고 있는 이 책을, 내가 나에게 묻는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럴만한 까닭 하나가 있었다. 거치른 세간에서 시원한 인생공기 좀 마시자는 생각에서다.
도산은 재미한인 지도자다. 1902년 부인과 함께 샌프란시스코에 정착하자 그곳 한인들의 계몽에 앞장 선다. 선생의 목표는 독립운동이었지만 펴나가는 과업은 내외한인들의 인간개조 운동이었다.
그 옛이나 지금이나 한인들은 만나면 싸움깨나 한 모양이다. 인삼장사들의 관할권 싸움을 말리면서 대성통곡했다는 일화는 유명하지만 선생의 무실역행(참과 진실 힘쓰기)은 추앙해야 할 진수다.
「거짓말 하지 말라」 「거짓이 없으라」「거짓이여! 너는 내 나라를 죽인 원수. 군부의 원수는 불공대천. 내 평생에 죽어도 거짓말을 아니하리라」 오죽했으면 이 말을 내세운 계몽운동이었으랴.
「자손은 조상을 원망하고 후진은 선배를 원망하고 우리 민족의 불행의 책임을 자기 외에다 돌리려고 하는가. 대관절 당신은 왜 못하고 남만 책망하는가. 왜 가슴을 두드리고 아프게 뉘우칠 생각은 못하고 어찌하여 그놈이 죽일 놈이라 하고 내가 죽일 놈이라고 왜들 깨닫지 못하는가.」
그 뿐이랴. 「왜 우리 사회는 이렇게 차오. 훈훈한 기운이 없소.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빙그레 웃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겠소.」「그것이 너와 내가 합하는 힘이 아니요」 선생의 사상은 힘의 논리에 있었다.
세상은 강한 자의 몫, 약한 자는 그들 질서속에 살라 강요한다. 세상의 모든 일은 힘의 산물, 힘이 적으면 적게 이루고 힘이 크면 크게 이룬다. 그래서 선생은 우리도 힘 있는 민족이 될 수 있음을 확신하신다. 그리고 평생을 이에 헌신하신다.
그러던 도산은 가셨다. 감옥에서 얻은 열 두가지 지병으로 세상을 뜨신다. 향년 61세였다.
예쁜 꽃에 향기 그윽하듯 유명한 인물에서 훌륭한 말씀이 솟는다. 세월은 참으로 무상하다. 참으로 무심도 하다. 선생이 가신지 또 하나의 61년이 지난다.
그러나 그토록 침통해 하시던 「거짓말」은 옛보다 더 극성하고 우리에게 힘이 있다지만 거품 아닌가. 나라를 다스린다는 사람들이 부정에 결탁하고도 결백을 주장한다. 혈연 학연 지연끼리 속임수로 이권을 따먹는다.
거짓말 잘하는 졸부들이 세상을 누빈다. 옛사람들은 남은 속여도 나는 못 속인다고 살았다. 그러나 오늘은 자기 양심까지 속여먹는 세상에서 산다.
그러니 이웃나라로부터 거짓의 민족이라는 창피를 당하고 있지 않는가.
정치는 부패해서 방향을 잃고 서로가 서로를 손가락질하는 사회풍토 속에서 「힘」인들 뿌리 내리랴. 지도자가 없다 한탄은 하면서도 지도자를 존경할줄 모르는 민족의 심성. 그래서 먼지만 뒤집어 쓰고 있는 도산선생의 위대함이 새로운 것이다.
“「산」이란 가까이 보면 모르나 멀리 보아야 장관. 세월이 흐름에 따라 도산은 더욱 위대한 장관으로 보인다” 이승만대통령의 추모사다.
지도자를 존경하고 따르는 순진성이 조금은 있어야 할 것 같다. 남도 의식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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