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은 상이한 성격을 가진 정당으로 이 성격에 따른 정책으로 정권경쟁을 한다. 대체로 공화당은 기업을 중시하고 국내 및 외교정책에서 보수적 경향을 취하는데 반해 민주당은 서민층 위주이며 진보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대체로 중서부와 남부지역, 그리고 교외지역은 공화당의 지지기반이 되고 동북부와 도시지역에서는 민주당이 강세이다. 노조와 유색인종, 소수민족이 민주당 편인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공화당이나 민주당이 장기 집권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60년대 초 케네디대통령 이후부터 지금까지 정권교체만 따져도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3차례씩 집권을 했으니 평균 6~7년만에 집권당이 바뀐 셈이다. 그래서 미국에는 공화당식도 아니고 민주당식도 아닌 균형잡힌 제도와 정책이 자리를 잡아간다. 다시 말해서 어느 정당이 집권하여 지나치게 오른쪽으로 기울어질 경우 국민들은 다음 선거에 그 반대 당을 선택하여 왼쪽으로 수정하기 때문이다.
8년간의 민주당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새해에 출범한 부시행정부의 정책은 과거와 다른 변화가 예상되는데 그 중에서도 관심사는 외교정책, 특히 대북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역사적인 남북회담을 이끌어 낸 것은 한국정부의 햇볕정책이지만 이 햇볕정책은 북미관계의 개선 움직임과 상승작용을 함으로써 효과를 크게 거둔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클린턴행정부의 대북외교에 대해 공화당은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공화당 사람들의 생각으로는 클린턴시대의 핵회담과 미사일 회담 등 대북협상은 북한의 벼랑끝 외교에 밀리기만 했다는 것이다.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돈을 요구한 북한의 위협을 그대로 수용한 협상을 못마땅해 했다. 말하자면 당근으로 북한을 달래온 협상자세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드디어 새로 집권한 공화당 정부는 북한에 대해 당근 뿐 아니라 채찍도 들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부시대통령을 비롯하여 국무장관, 국방장관 등 외교 국방 책임자들은 「힘의 우위」를 외교의 기본으로 내세우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핵무기와 미사일 뿐만 아니라 화학무기와 재래식 무기에 대해서도 문제삼기 시작했다. 지난주 국무부의 부장관 내정자인 리처드 아미티지는 한국정부에 「햇볕정책」이라는 용어 자체를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발언을 했다. 대북외교에 대한 민주, 공화 양당간의 견해 차이로 인해 남북관계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대북문제에 대한 견해 차이는 한국의 국민들 사이에도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는 탄력을 받은 기관차처럼 무서운 속도로 달려왔다. 급속도로 추진되는 관계개선에 대해 어리둥절해 하는 사람들도 많았으나 정부가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남북 접근에 대해 이견을 낼 엄두 조차 가질 수 없었다.
그러나 극단적인 운동에는 언제나 반작용이 따르듯이 급격한 대북접근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북한의 요구나 주장에 무조건 따라가기만 해서야 되겠느냐는 반발이다. 마치 미국의 민주당시대에 공화당 사람들의 말과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만약 한국에서도 차기에 정권이 교체된다면 남북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는 남북문제의 방향을 국민적 합의로 정하고 정부와 국민이 공감하는 남북관계를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나 국민이나, 여당이나 야당이나, 또 해외동포도 남북한의 화해와 긴장완화를 바라는 마음은 한결같다고 말할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 한국의 국익이나 자유민주주의의 원칙을 얼마나 포기해야 하는가는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일 것이다.
부시행정부의 새로운 대북 자세는 북한 뿐 아니라 한국에도 큰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남북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는 앞으로 대미협상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국민이 바라는 남북관계가 무엇인가를 도출해 낼 때가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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