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뉴욕의 냄새가 낯설지 않고 오히려 정겹다. 지하철에서 풍겨나는 텁텁한 냄새와 함께 오랜 풍파를 견뎌왔던 옛날의 자취가 그대로 묻어있어서 더 좋다. 지하철 여기 저기를 고쳤지만 예전에 사용했던 타일 조각들을 다시 모아 그대로 붙였다. 현대식 구조물과도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이것이 예술이고 멋이 아닌가. 여기에 거리의 악사들까지 흥겹게 합세한다.
오늘은 지하철역에 네명의 흑인이 허름한 키보드를 누르면서 노래를 한다. 화음을 이루는 곡 안에는 진지함과 열정이 담겨져 있었고 그들의 혼이 담겨져 있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지나는 행인들이 던져주는 몇푼의 동전만을 바라고 저렇게 노래하는 것일까? 결코 아닐 것이다. 그러기에는 저들의 표정이 너무나 흥겹고 즐겁기 때문이다.
잠시 저들에 비취어 나를 생각해 본다. 흔히들 소셜워커라고 소개하면 자선사업가와 혼동하면서 “좋은 일 하시네요”라고 말한다. 무엇이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소셜워커도 무보수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월급을 받고 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들에게서 보여지는 그런 만족함과 즐거움이 나에게 있느냐고 자문해 본다.
솔직한 고백은 맘속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그런 기쁨을 찾기가 힘들다. 자신의 문제도 포함되어 있지만 외적인 여건도 이유가 되었다고 본다. 사회사업이란 과연 무엇일까? 이는 아주 구체적으로 인간을 대상으로,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함께 풀어나가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소셜워커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지난 2년이 넘게 나는 경로회관에서 일하면서 노인분들과 많은 정을 나누었다. 일하는 과정에서 시간의 제약 때문에 사무적인 태도로 인해서 서운함을 느끼신 분들도 많았을 것이고 오히려 이해하며 감싸주신 분들도 많았다. 이제는 경로회관을 떠나 맨하탄으로 일터를 바꾸게 되었다. 만나면 떠날 때가 있기에 섭섭하지만 있던 자리를 물려주어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나에게 아픔을 주는 과정을 겪었다. 실무 책임자인 사무총장의 결정에 옳고 그름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 결정을 실행하는 과정은 인간을 대상으로 봉사한다는 기관으로서는 전혀 합당치 않은 처사였다. 조금이라도 한인사회와 인간을 위한다는 마음과 의도가 있다면 이같은 일은 결코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어느날 아침 출근해서 책상 앞에 놓여진 편지가 그날로 짐을 싸들고 나가라는 통보였다면 심정이 어떠하겠는가. 한인봉사센터의 내규가 어떤지는 몰라도 한달전에 통보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것도 어렵다면 일주일이라도 시간여유를 줄 수는 없는지 궁금하다. 그날로 자신이 쓰던 컴퓨터도 손대지 말고 나가라고 채근하니 무엇에 그리 쫓겨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이런 내규가 없다면 공공단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적합한 조항을 만들기를 바란다. 또한 형식적인 이사회가 아니라 보다 책임감을 가진 이사분들이 되기를 이번 기회를 통해서 촉구하는 바이다.
사회사업 기관의 가장 큰 가치와 보람은 인간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그 권리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많은 노인분들과 작별인사도 못하고 떠난다면 이는 나 개인의 서운함이 아니라 서비스를 받는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니라는 것이며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한 기관을 대표하는 실무자는 청와대에서 증정한 봉황무늬의 시계를 자랑하기보다는 사람을 사람답게 여기는 태도가 가장 우선이라는 사실을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런 마음의 한인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상담과 문의 (212)434-5347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