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김용옥씨의 동양사상에 관한 공개강좌에 엇갈린 반응이 활발하다고 한다. 재래식 관습대로라면 학자나 교수는 상아탑 속에 묻혀 권위를 유지해야지 일반 시민을 상대로 왈가왈부함은 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학문도 사람의 삶을 위해 있는 것이지 학문을 위한 학문이 아니라는 본질적 내용을 생각한다면 학문의 귀족화나 계급화라는 재래적 악습은 타파되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우리는 조선왕조시대의 학문의 주축이라는 유학은 漢詩를 구사할 수 있는 양반 계급의 전유물이지 일반 백성들은 알 수도 없고 알아서도 안된다는 풍조에 길들여 졌다.
그것도 말이 유학이지 조선왕조의 유학은 주자학 일변도가 되어 유학의 본질에 더 가까운 시민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양명학은 사문난적이라며 역적 취급 하였으니 이는 학문활동이 아니라 위선적 세력 싸움이었다. 일본 식민지 통치시대에 경험한 제국대학제도 또한 학문의 관료화와 권위주의적 태도를 조장해 왔다.
이런 제국대학 후예들이 독립된 한국의 학문계를 이어받으며 시민들 삶과는 격리된 지식의 유희를 계속해 왔다. 예컨대 칸트(Kant)나 헤겔(Hegel)사상은 교수들의 전유물이지 일반 시민은 몰라야 된다는 교만에 빠져 있었다.
김용옥씨의 경우, 이런 귀족적이며 독선적인 학문의 울타리를 벗어나 지식을 시민사회의 삶에 풀어 자유롭게 하려는 노력으로 평가하고 싶다. 김씨는 그의 노력을 지식과 삶의 화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가 택한 노자 강의는 그의 21세기 과제로 제시한 人間과 자연의 화해를 생각하는데 알맞는 내용이라고 믿는다.
18세기 유럽의 계몽사상을 꽃피워 인류로 하여금 王權과 敎權의 횡포로부터 독립하는 힘을 마련해준 사람은 대학교수들이 아니었다. 교수 직분의 철학자들이 아니라 시민사회의 삶에 관심이 있던 philosophes라 불리우는 지성인들이었다. Voltaire와 Dideror 등이 그 대표적 인물이었다고 한다.
칸트에 영향을 주었다는 루소도 대학의 교수가 아니었다. Spinoza 같은 사람은 자기의 자유로운 사상을 위해 대학교수로의 초청을 거절하였다고 한다. 사실 대학교수란 조직의 일원으로서 제약을 받게 마련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권력에의 타협을 알게 모르게 자의 반 타의 반 하게 된다.
김용옥씨가 군사독재 암흑기에 양심선언을 하고 대학교수직에서 물러났다는 사실을 나는 높이 평가한다.
대학교수의 제왕적 존재로는 독일의 헤겔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사람은 불란서의 Philosophes와는 반대적 생각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Philosophes들이 철학이란 인류역사를 움직이는 현실적 힘이 된다고 믿었다면 헤겔은 철학은 지난 역사를 해석할 뿐이라며 철학을 지혜의 여신 상징인 올빼미로 비유하고 해가 져야 날개를 펴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철학이 원님 지나간 뒤 나팔부는 일만이 아니라 역사를 움직이는 힘이 더 크다고 믿는다. 김용옥씨가 老子의 사상을 일부 왜곡한다는 지적도 있는듯 한데 문외한으로 나는 언급할 입장이 아니지만 김씨가 그동안 오랜 세월 동양철학을 공부해 온 사람이기에 그의 이야기를 믿고 싶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옛날 어느 사상가의 글이나 말의 참뜻 또는 속마음을 그대로 읽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을 것이다. 다른 의견이 나오는 것은 당연할 것이며 바로 그런 과정을 거쳐 학문이 발전하는 것이라 믿는다.
나의 기억이 맞는다면 20세기 서양철학자 Whitehead는 서양철학이란 Plato의 footnote일 뿐이라 지적했듯이 동양철학이란 老子사상의 가지라는 생각을 해 본다.
김용옥씨의 강좌로 시민들이 삶의 길잡이기 되는 생각을 정리하게 될 수 있다면 모두에게 다행스러운 일로 김씨의 노력에 격려를 보낸다. 누구인가 해야 할 일을 그가 하고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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