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론토 2세 김운아씨와 히엔 뉴엔양의 감동이야기
아무도 돌보지 않는 베트남인 고아를 물심양면으로 후원, 베트남 최고 명문대생으로 키워낸 한인 2세가 있어 화제다.
민족을 초월한 인류애의 주인공은 토론토 거주 김운아(25)씨. 그는 8년전부터 지금까지 베트남 히엔 뉴엔(22)양과 친자매 이상의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베트남 어느곳에서 태어났는지조차 모르는 히엔은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6살 때 어머니의 재혼으로 집을 나와 험난한 남의집살이를 시작했다. 동생 둘과도 뿔뿔이 헤어졌다. 이집 저집을 전전하며 부엌데기로 근근히 연명하던 그는 10살이 되던 해 하노이로 올라왔다.
식모생활을 거쳐 고아원에서 신문팔이로 생활하고 있던 히엔양이 김씨를 만난 것은 93년. 이 무렵 코넬대에 다니다 하노이대로 유학을 간 김씨는 히엔이 살고 있던 고아원을 방문하게 된다. 여느 후진사회의 고아원이 그렇듯 열악한 환경은 필설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비양심적인 원장은 외국 후원단체의 지원을 받기 위해 고아들을 허위로 모집하고 운영비를 착복하는가 하면 여자원생들에 대한 성폭행도 일삼았다.
김씨와의 만남은 히엔에겐 새로운 운명의 시작이었다. 김씨는 우선 히엔에게 따로 거처를 얻어주고 고아원 생활을 청산하도록 했다. 그때까지 학교라고는 초등학교 3년, 고아원의 야간학교 1년을 마친 것이 고작이었던 히엔은 김씨의 주선으로 중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타고난 머리와 피눈물나는 노력 끝에 중학교를 최우수 성적으로 마친 히엔은 고교 3년 과정을 거쳐 마침내 지난해 베트남 최고의 명문으로 꼽히는 하노이 국립대 경제학과에 합격했다. 김씨는 1년간의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후에도 히엔에게 아낌없는 격려와 함께 생활비와 학비 등을 꾸준히 지원해줬다.
김씨의 히엔에 대한 사랑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히엔의 성실성과 재능을 눈여겨본 김씨는 그를 토론토대 언어연수과정(ESL)에 입학시켰다. 사회주의국가에서 비자를 받기는 쉽지 않았지만 바쁜 직장생활(투자회사 TD캐피털 근무)속에서도 김씨는 틈틈이 관계요로에 편지와 전화 등으로 협조를 요청했다. 결국 1년여의 노력 끝에 히엔은 지난 1일 토론토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연간 학비 1만2천달러도 선뜻 지원한 김씨는 히엔양이 학업을 마칠 때까지 함께 생활하며 도울 계획이다.
그는 『히엔처럼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남보다 더욱 열심히 노력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보면 누구든 도와주고 싶지 않겠느냐』며 『입장이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히엔은 당연히 날 도와줬을 것』이라고 겸손해했다.
김씨는 또 『주류사회에 편입하지 못한 사람들 가운데서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이들이 많다』며 『소외된 계층이 기존사회에 편입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앞으로의 희망을 피력했다.
히엔양외에도 베트남 유학시절 인연을 맺었던 고아들과 지금도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고 있는 김씨는 올가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다.
김씨가 없었더라면 암담한 생활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절망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히엔은 『세상 어디도 갈곳이 없던 나를 지금까지 이끌어준 언니의 사랑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며 『슬프고 고통스럽던 경험을 되새겨 학교를 졸업하면 고아들을 돕는 일에 적극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운아씨를 『사회의식이 투철한 실천가』라고 평가한 어머니 김반아(감성교육 전문가)씨는 『아이를 키우면서 정신적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줌으로써 잠재능력을 개발하려 노력했다』며 『딸의 마음 씀씀이가 놀랍고 대견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박두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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