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고통 중에서 가장 큰 고통이 무엇일까? 내가 돌보는 환자 한 사람은 삶 자체가 고통이라고 했다. 여성의 경우 산고가 가장 고통스럽다. 가끔 나는 한 여성이 했던 이야기를 생각한다. "이렇게 고통을 치르고 나서도 그 다음날 아기의 방긋 웃는 해맑은 얼굴을 보면 고통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려요. 그리고 또 아기를 갖는 것을 보면 산고도 한 순간인가 봐요. 그런데 결혼 초기에 남편에게서 자나가는 말로 들은 대수롭지 않은 말이 왜 이렇게 잊혀지지 않고 결혼생활 내내 내 가슴을 아프게 할까요?"
그렇다. 칼로 낸 육체의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물지만 말로 낸 마음의 상처는 세월이 가도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말은 하기 나름이다. 옛말에 ‘아’가 다르고 ‘어’가 다르다고 했다. 같은 내용이라도 표현하는 방법에 따라 의미가 극단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부드러운 말, 따뜻한 말, 격려하는 말, 용서하는 말, 사랑하는 말, 수용하는 말, 동정의 말은 엄청난 치료효과가 있다.
특별히 정신과 환자들을 다룰 때 말의 위력을 실감나게 체험한다. 말 한마디를 듣고 싶어서 나를 종일 기다린 그들의 눈망울 속에서 그들이 어린 시절 들어서는 안될 폭행의 언어로 얼룩진 공허한 영혼의 얼굴들을 본다. 그래서 그들에게 결핍되었을 사랑의 언어들을 빈 마음의 창고에 가득 쏟아 부어준다. "너는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몰라" "너는 앞으로 잘 할 수 있어" "계속 잘 해야해"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주고 확인해주는 말과 함께 미래의 소망과 방향을 긍정적으로 제시하며 의지와 동기를 유발하는 언어로 접근할 때 그들의 마음이 치유되는 것을 본다.
말은 무슨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상대방에 상처를 주는 비수가 될 수도 있고 병든 마음을 치료하는 보약이 될 수도 있다. 특별히 가까운 가족 관계에서 부부간에, 부모와 자녀간에 나누는 말은 더욱 강한 비수가 될 수도 있고 최고의 보약이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가족은 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말이 내 입을 떠나기 전 잠시 생각해 보자. 내 말은 비수인가, 보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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