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들은 개신교 국가들입니다. 그중에도 특히 미국은 청교도가 세운 나라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축복을 받아서 부자가 되었습니다” 한인교회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설교 중의 하나다.
이런 말을 하는 목사들은 교회에 봉사하고 목사에게 순종하면 복을 받는다고 선전(?)한다. 허긴 한국 기독교는 개화기 때부터 ‘미국을 본받아 예수교를 믿어서 개화부국(開化富國)을 이루자’고 했으니, 잘 살아보겠다고 미국으로 이민 온 교포들에게 ‘구원의 말씀’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성경에 보면, 예수는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고 선언했으며 자기를 따르려면 재물을 버려야 한다고 외쳤는데 ‘예수 믿어 부자되자’는 구호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비논리적이며 미신적인 냄새마저 풍긴다.
그렇다면 개신교 국가들은 어떻게 해서 부자가 되었을까?
그 문제에 대해서 자세히 연구한 책이 있기에 간단히 소개해 보고자 한다. ‘프로테스탄니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1904년 막스베버라는 독일 학자가 쓴 글이다. 100년 전에 나왔지만 유럽과 미국에서 굉장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던 역작으로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다.
베버는 그 책에서, 청교도들이 부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청교도 신학의 예정설과 소명이라는 개념의 우연한 심리적 결과였다고 정리했다.
청교도에게 있어 종교개혁의 의미는 그 때까지 수도원에 갇혀있던 금욕적 이상을 세상으로 끌어내어 세속생활에서 실천하는 것으로, ‘구원의 표시는 형식적 신앙고백이 아니라 의무를 행하라는 양심으로 나타난다’고 믿었기 때문에 ‘세속적 소명에 대한 끊임없는 헌신과 그러한 노력을 통해 거둔 이윤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절제적 윤리에 의해서 자본이 축적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청교도들은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던 바울의 권고와 아담에게 내린 하나님의 명령 ‘너의 이마에 땀흘려...’를 만들어 노동을 의무화했고 칼빈주의는 경영자의 엄격, 정직, 적극적 정신을 낳았으며 ‘참된 신앙은 성실성을 보증하고 최선을 다하는 습관을 장려하여 상인들의 성공을 도왔다’고 했다. 직업사상에 입각한 합리적 생활방식도 큰 몫을 했다.
그러나 부는 인간에게서 종교를 몰아낸다. 영리 추구가 목적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근검절약하는 생활습성의 결과로 축적된 재화, 즉 ‘언제든지 벗을 수 있는 얇은 겉옷처럼 성도의 어깨에 놓여있던 외적인 재화가 강철같은 겉껍질이 되었다’라고 그는 표현했다.
청교도정신은 사라지고 ‘돈을 벌어야 한다’는 자본주의 명제만 남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 책의 말미에서 미래에 이 겉껍질 안에서 살 자가 누구인가?라는 의문을 던지면서 ‘이 엄청난 발전의 마지막에 사는 최우의 인간들은, 정신없는 전문가, 가슴 없는 향락자, 공허한 인간들일 것’이라고 예언한다.
너무나 심오한 내용을 몇 줄의 문장으로 요약하자니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예수 믿어서 부자된 미국”이라는 선전은 왜곡된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청교도들이 부자가 된 이유는 그들이 교회에 봉사하고 목사에게 순종했기 때문이 아니라 신앙을 세속생활에 접목시켜 각자의 직업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자 받는 것을 죄로 여기던 청교도들에게 절박한 자본으로 규탄받던 금융자본이 지금은 미국자본의 중심이 되어 세계경제를 혼란으로 몰아가는 현실에서 ‘예수 믿으면 부자 된다’는 설교는 비윤리적이기까지 하다.
성경 어느 구석에 그런 말이 있던가? 오히려 그 반대다. 예수는 재물을 ‘불의한 재물’이라고 표현했던 분이었다. 부자와 나자로의 예화 역시 예수 믿는 일과 돈 생기는 일과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나니 돈과 하나님을 섬길 수 없느니라’ 하신 말씀을 당신은 어떻게 해석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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