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활은 전세살이와 비슷하다. 내 돈 내고 전세를 살고 있지만 집주인이 얼굴만 찡그려도 괜히 위축된다. 이민생활 역시 마찬가지다. 합법적인 체류 신분을 갖고 있음에도 알게 모르게 주류사회의 눈치를 살피게 마련이고 직, 간접적 불이익을 당하는 예가 적지 않다.
뉴욕, 나아가 미주 동포들이 주류사회로부터 무시받지 않고 보다 당당하게 살기 위해서는 정치적 힘을 기르는 수밖에 없다. ‘폴리티컬 파워’는 각종 선거에 한인 유권자가 보다 많이 참여하거나 우리를 대변할 수 있는 정치인을 배출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이런 차원에서 한인들은 활발한 유권자 등록을 통한 ‘정치적 숫자=파워, 늘리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본보는 이같은 작업의 일환으로 우선 뉴욕시와 뉴저지 버겐 카운티의 한인 유권자 숫자와 우리들이 힘을 모으면 뽑을 수 있는 각종 선출직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시리즈를 시작한다. 특히 이 두 지역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분석, 정확한 한인 유권자 수를 밝혀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편집자 주>
뉴욕시 한인 밀집 지역의 한인 유권자들은 모두 4,62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가 뉴욕시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입수한 자료(2000년 4월1일 기준)에서 성(姓)씨를 토대로 분석, 집계한 바에 따르면 플러싱 지역(뉴욕주 하원 24, 25, 26, 27 선거구)과 우드사이드 등 퀸즈 중부지역(뉴욕주 하원 30, 35, 36, 37 선거구)의 한인 유권자 수는 총 4,620명으로 나름대로 정치적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규모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지역 한인 유권자들을 당(Party)별로 보면 플러싱 지역 민주당 소속 한인 유권자들은 2,388명, 공화당 소속 유권자들은 888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퀸즈 중부지역 경우 민주당 소속 한인 유권자들이 910명, 공화당 소속 유권자들이 434명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플러싱의 심장부인 제25 뉴욕주 하원 선거구가 1,370명(민주 1,084명, 공화 286명)으로 한인 유권자가 가장 많았다.
본보의 이번 집계는 지난 90년도 초만 하더라도 수백여명에 불과했던 한인 유권자수가 수년간의 지속적인 유권자 등록 운동으로 이제는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집단’으로 성장했음을 알려 주고 있다. 또한 플러싱 지역에서 한인 후보가 출마하는 시의원 선거와 뉴욕 시장 선거를 앞두고 한인사회의 ‘정치적 힘’을 알릴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지난 수년간 한인 유권자 등록운동을 전개해온 유권자센터에 따르면 스태튼 아일랜드와 브루클린 지역의 한인 유권자 수는 2,000여명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뉴욕시 전체 한인 유권자 수는 본보의 이번 집계를 더해 모두 6,500여명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권자 센터의 김동찬 총무는 "지난 수년간 전개한 유권자 등록 운동으로 한인 유권자가 급증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신규 유권자 등록이 저조한 추세"라며 "6,500여명의 한인 유권자들이 특별한 목표나 이슈를 위해 뭉쳐 투표를 한다면 주류 정치인들도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인 권익신장위원회의 박윤용 회장은 "유권자 수야말로 미 정치인들에게 돈보다 훨씬 더 많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라며 "한인 유권자들을 활용하고 단합할 수 있는 한인 정치 후보와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원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