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은 행복했다. 세계 정상의 한인 음악가 두 분의 연주를 하루에 감상하는 행운을 누린 덕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씨의 연주장에 도착한 것은 시작한지 꽤나 시간이 흐른 뒤였다. 그리스인들의 퍼레이드가 센트럴 파크에서 열리는 바람에 지각할 수 밖에 없었다. 길을 찾아 헤매면서 받은 스트레스는 정경화씨의 열정적이고 더욱 원숙해진 연주로 씻은 듯이 사라졌다. 포기하지 않고 온 것이 정말 잘 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링컨센터 애버리 피셔홀의 객석도 보기에 좋았다. 2,000여명의 청중들은 한인과 타민족들이 적당한 비율을 이루었다. 한인들로만 연주회장을 메웠다면 정경화씨가 타민족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일었을 것이다. 반대로 타민족이 대부분을 차지했다면 동포들이 자랑스런 우리 예술인에게 너무 무관심하지 않나 하는 섭섭함이 생겼으리라.
이어 퀸즈 칼리지에서는 한동일씨의 피아노 연주에 매료됐다. 이전에 가장 가깝게 한동일씨를 접한 것은 2~3년전으로 기억한다. 당시는 조금은 아쉬웠다. 지금 생각해보니 정명훈, 김영욱, 조영창씨 등과 함께 한 자리여서 한동일씨에게만 관심을 쏟지 못한 탓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번에는 감동이 컸다. 독주회가 아닌 협연자로 출연한 탓인지 청중 숫자는 흡족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진지하게 연주했고 앵콜까지 받아 주었다. 또 대 예술가로서 좀처럼 보이기 힘든 겸손함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몸에 배인 것같아 더욱 존경스러웠다.
한국에서 한동일씨나 정경화씨를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아주 드물다. 몇 년에 한번 방문하는데다 그나마도 여러 사정으로 놓치면 또 몇 년을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이같은 두 대가의 연주를 하루에 동시 감상할 수 있었던 것은 뉴욕이기에 가능했다. 뉴욕에서의 삶이 큰 특혜라는 생각이 든다.
이같은 특혜를 동포 모두가 누렸으면 한다. 이민생활이 비록 고달프지만 억지로라도 순수 예술에 접하는 기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사실 클라식 음악은 대중 가요나 팝송과 달리 쉽게 닥아 오지는 않는다. 우선 귀에 익지 않은데다 전문적 식견이 있어야 하는 것으로 지레 짐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자주, 의도적으로라도 듣다 보면 대중 가요나 팝송과는 다른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몸에 때가 생기면 샤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병이 생기면 약을 먹는다. 건강을 잃지 않도록 때로는 보약이나 영양제도 찾는다. 정신도 마찬가지다. 마음의 때도 씻어내야 하고 정신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바로 클라식 음악이나 좋은 미술품 등을 감상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편이다.
특히 클라식 음악은 의식이 없는 것으로 알았던 식물 생장에까지 좋은 영향을 줄 정도로 신비한 힘을 가졌다. 이는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인도의 학자는 클라식 음악을 들려주면 식물의 기공이 66% 늘고 표피가 두꺼워지는 것을 알아냈다. 덴버의 한 연구소는 호박덩굴 양편에 클라식과 록 음악을 틀어놓은 트랜지스터를 놓고 반응을 살폈다. 덩굴은 클라식 쪽으로 뻗어나가 트랜지스터를 휘어감기까지 했다는 연구보고서를 내놓았다.
한국에서는 된장 간장 김치 빵 같은 발효식품을 만들 때 특정 음악을 틀어놓고 띄우면 맛이 좋아진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쇼팽의 ‘24전주곡’,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 한국가곡인 ‘비목’, ‘목련화’ 등이 큰 효과를 보였다고 한다. 이를 응용해 식빵을 만들 때 클라식 음악을 활용하는 제과점들이 늘고 있다.
엄마 뱃속에서 클라식 음악을 들으면서 태어난 아이는 지능이 뛰어나고, 감성도 풍부하게 자라난다는 조사도 있다. 클라식 음악이 갖는 힘이요 장점이다.
클라식 등 순수예술을 풍부하게 접할 수 있는 뉴요커들의 특권을 우리도 향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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