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에 들은 이야기가 새삼 떠오른다. 한국에서 국회의원 일행이 미국을 방문했는데 그중 한 의원이 몹시 화를 냈다고 한다. 이유인 즉, 같이 온 다른 동료들은 다 대형 자동차로 공항에서부터 모심을 받았는데 자신만 조그만 차를 가진 사람의 마중을 받았기 때문에 심사가 뒤틀렸다고 한다. 국회의원이면 그에 걸맞는 대접을 받아야 되는데 자기를 무시한 처사라고 생각해 그는 차 타기를 거부했다고 한다.
권위의식은 사실 한국사람을 능가할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차의 크기는 작았지만 이쪽에서도 한국식으로 신경을 써서 손님을 맞이하기에 손색이 없다고 생각되는 BMW를 가지고 마중을 나갔었는데 그 때만 해도 한국에서는 이 차가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랬는지 어쨌든 웃지 못할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상황은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요즈음 한국에서 동창회장이 온다고 해도 아예 리무진을 타고 나가서 마중을 해야지 흡족한 대접을 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BMW로는 어림도 없다는 이야기다.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굽신거리기 잘하는 것은 물론 대접 받기를 좋아하는 것도 사실 우리 한국사람을 따를 자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은 대접 받기 위해서 사람들은 남보다 더 높은 자리에 군림하고 싶어하고 또 전문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싶어하는지 모르겠다. 자신이 못나서 대접을 받지 못한다면 억울해도 달리 갚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의 부모들은 자식을 대접받게 키우기 위해서 세살짜리 코흘리개를 미국으로 조기 유학 보내고 한국에서도 미국인에게 영어를 배우게 하려고 한달에 몇 백만원씩 아까운 줄 모르고 돈을 쓰고 있는지 모른다.
이렇게 어렸을 때부터 부모를 떨어져 고생도 하고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서 성공을 했는데도 그에 타당한 대접을 해주지 않는다면 억울한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남이 자기를 대접해 주지 않으면 억지로라도 대접을 받기 위해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심심찮게 만들어내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권위의식에 젖게되어 남의 비웃음을 사게 되는 모양이다.
조그만 차로 마중 나왔다고 승차를 거부한 국회의원도 생기고 청와대 청소부도 출세라고 사기를 치는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출세 지향적이고 대접받기 좋아하는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미국에 와서 합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돌아갔다 해서 요즈음 논란이 많다. 부시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우리 김대중대통령을 지칭할 때 “이 사람(This man...)”이라고 했다는데 이 사건에 대해서 상반되는 두 견해가 있어 더 흥미롭다. 하나는 실수를 밥먹듯 하는 부시대통령의 무뢰함을 또 하나의 실수로 간주하고 마는 일과 또 다른 하나는 얼마나 대한민국을 업신여겼으면 일국의 대통령을 이웃집 아저씨 부르듯 했는가 하는 이야기다.
마땅히 대통령 각하란 호칭으로 불리어져야 했는데 정말 부시대통령이 실수로 그랬는지 그 속이야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우리나라로선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에 대한 항의서한을 냈다고 했는데 그에 합당한 사과를 미국측으로부터 받아냈는지는 의문이다.
불란서 대통령이나 영국 수상이 미국에 왔어도 부시대통령이 실수로 그들을 그렇게 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보다 크지 않은 이스라엘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아직까지 부시가 그를 This man이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는 없다. 아무리 작은 나라지만 유대인의 핏줄을 가진 이스라엘 사람들은 미국의 각계 각층에서 무시못할 영향력을 행세하고 있고 그들의 나라를 위해서도 끊임없이 돈을 모아 보내고 있다. 그래서 미국도 이스라엘을 작은 나라지만 무시하지 못한다.
나라든 개인이든 힘이 있어야 대접을 받는데 나와 사는 우리 한국사람들은 아직도 유대인처럼 나라를 뒷받침해 줄 힘이 없는 게 안타깝다.
나라는 돈이 없어서 국제 구제금융을 갖다 써도 아직도 허덕이는 형편이고 나라의 대통령은 나와서도 대접도 못 받고 돌아가는 입장이니 언제 대한민국의 힘을 보여주고 언제 땅에 떨어진 자존심을 찾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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