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하탄에서 세탁소를 하는 한 친구네 가게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인근에서 세탁소를 하는 한 미국인이 찾아와 흥분하며 내뱉는 말에 너무 부끄럽고 창피스러워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 가고싶은 심정이었다. “너희 코리안들 와서 맨하탄이 완전 작살났다. 코리안들 제정신이냐? 미치지 않고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 너희들 여기 돈 벌자고 왔느냐, 노동하자고 왔느냐?” 한국인들이 완전히 돌지 않고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인들이 벌이는 경쟁 모습을 보고 흉을 본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이처럼 면전에서 신랄하게 꼬집는 이야기는 처음이다. 참으로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한인 주종업계에 서로가 치고 박고 한다는 이야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온 일이다. 그러나 살인적 경쟁이 갈수록 한인사회에 더해지고 있다니 걱정이다. 그 미국인의 이야기 전말은 한인 때문에 업계 전체 이미지가 땅에 추락했다는 주장이다. 그래도 그들은 상황이 어찌됐던 받을 금액은 다 받아 최소한의 유지는 하고 있다는 것.
그런데 한인의 경우 양복 한 벌에 20달러를 받아야 할 세탁 비를 원가도 채 안 되는 6-7달러를 받고 있고, 와이셔츠 한 점도 최소 2달러는 받아야 하는데 모두 세일이라며 99센트를 붙여놓고 있다는 것. 그 미국인은 목소리를 높이고 노발대발 하다가 결국 ‘그런 경쟁으로 하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장사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말하고는 그 자리를 떴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면 결과적으로 돈도 못 벌고 뼈빠지게 일하다가 몸만 버리고 자칫 이민 생활을 그르치게 된다. 그뿐 아니라 ‘코리언이미지’도 도매금으로 넘어간다.
한인들은 장점이 많다. 성실함과 인내, 투지력, 게다가 두뇌가 우수하고 인정도 많고 예의도 바르다. 그러나 나만 잘되면 된다는 생각에서 독식하려는 습성, 그 것이 바로 자폭행위요, 공멸을 자초하는 결과만 남는다는 사실이다. 10년 전 당시 인건비는 150-200달러였고. 행어 값은 1천 개에 12-13달러 하던 것이 지금은 배 이상이 뛰었는데 오히려 세탁비가 절반이라면 무언가 잘못된 것임에 분명하다. 이는 죽자고 하는 일이지 살자고 하는 일은 아닌 것이다. 이런 현상이 뉴욕은 물론 뉴저지 일대도 예외가 아니며 한인주종업계 전반에 걸친 사안이고 보면 사태는 매우 심각하다.
업계의 70-80%를 독점하고 있는 한인 업계의 나머지를 커버하고 있는 외국인들은 결코 한인들과 같이 죽자 사자 식의 제 살 깎기 경쟁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미국인은 질을 위주로 하기 때문에 가격이 싸다고 해서 손님들이 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믿음이 가지 않아 제 가격을 받고 서비스를 잘하는 곳으로 찾아간다. 한인들이 거의 장악하고 있다 시피 한 업계를 한인들만 단합하면 사실 나머지 외국업소 죽이기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도 한인들은 모두 ‘나만 잘되면 된다’는 생각으로 장사해 오히려 서로 갈등하고 있는 나머지 외국인 업계에 하나씩, 둘씩 잠식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한인들도 단합해 양질의 기술과 최대한 서비스로 제 가격을 받으면 반드시 서로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 지 답답하기까지 하다. 한인들의 독식(獨食)주의는 소매업소에 그치지 않고 도매업계나 공급업체의 존속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는 전부 한인이면서도 도매업체나 재료공급업체의 텃밭은 모두 외국인들에게 빼앗기고 있음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덕분에 자재 값도 외국인업체의 횡포에 꼼짝못하고 비싼 가격에 구입함으로써 그들 업체만 살찌우는 결과를 낳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우(愚)를 반복할 것인가.
몇십만 달러 씩 투자해 실컷 고생하고 모기지 다 갚고 나면 결국 남는 건 늙는 것밖에 없다. 이런 실속 없는 장사를 왜 해야 하는지 한번쯤은 짚어봐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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