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이민사회 상부상조 조직으로 무진(無盡)이라는 것이 있다. 능력은 있지만 자금이 없는 사람이 있을 경우, “그래, 이 사람을 어떻게 해서든지 독립시키기로 하자”하고, 동창회나 향우회의 무진이 합의하면, 하고 싶은 장사를 물은 뒤 돕는다는 것이다.
한인사회의 계와 비슷한 이 무진은 전혀 이자가 없는 데다 서류나 인감증명이 필요 없는 것이 특이하다. 지원 받은 사람이 자리를 잡으면 그 돈을 돌려 받고 또 다른 사람에게 대부해 주어 조직을 강화시킨다.
이처럼 철저한 상부상조 조직인 무진이 생겨난 것은 이민 초기의 중국인들에게는 은행이 융자를 해주지 않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또 대부해 준다 하더라도 이자가 비싸고 담보를 제공해야 하며 또 대부해 주는 금액도 적을 수밖에 없었기에 동포들이 자활 수단으로 무진을 발전시켰다고 한다. 중국인들의 끈끈한 동포애의 특성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반면에 상부상조 정신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왔던 한인들은 어떤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동포들의 일이 자신과 별다른 이해관계가 없으면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것이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동종업계의 과당경쟁은 차치 하고라도 2년여 끌고 있는 노조사태를 한번 되돌아보자. 노조 사태가 근본적으로 속시원한 해결책을 찾기 힘든 문제라는 이유도 있지만 한인들간의 결속력 부재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노조가 자신의 업소 앞에서 시위를 하지 않으면 강 건너 불처럼 팔짱을 끼고 보아 온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일방적으로 시위 업소의 편을 들려는 것은 아니다. “한인 업주와 관련 단체가 똘똘 뭉치면 노조를 물리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식의 구호만 있고 끈끈한 동포애를 찾아 볼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각박해져만 가는 이민생활에서 기쁨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한인들의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의 무진과 같은 직접적인 도움은 주는 상부상조는 못한다고 할지라도 남의 일처럼 나 몰라라 하는 식의 태도는 이번 기회에 고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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