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마리오야. 뭘 그리 꾸물거려! 빨리 해치우지 않고. 이 바보새끼야.”
말이 참으로 퉁명스럽다. 그는 주인 사장님을 힐끔 쳐다본다. 그리고서 뭐라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뭐라 했는지도 모르거니와 그 따위 알 바도 아니었다. 철저히 돈 몇푼과 노동을 맞바꾸는 이 날품팔이 시장은 참으로 비정하고 매섭고 차가웠다.
멕시칸 노동자들과의 만남이 이제 십년이 넘는다. 이만하면 한솥밥 식구의 잔정들이 오가야 할텐데도 그것이 그리도 어려운 것인가. 이제 그들도 할 말들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밟히면 꿈틀거리기 마련이란 말이다.
요즘 노사분규, 노조가입 문제로 한인사회가 큰 고민에 빠져있다. 현장을 가본 김석주 한인회장 당선자도 “이렇게 심각한지 미처 몰랐다”는 독백이다. 현장의 체감온도가 너무나 차가웠다는 소식이다.
지난 2월 15일 뉴욕타임스는 한인노사분규를 대서특필했다. “노조가 한인상점과의 충돌을 유도한다”라 표제를 세웠지만 그 내용은 참으로 냉정했다. “하루 12시간, 주 6일을 일하고 주급 겨우 250달러, 이는 법이 정한 최저임금에도 모자란다는 것, 뉴욕청과상의 70%에 이르는 한인상점에서 일하는 1만여명의 멕시칸들, 이 분규는 그래서 소수민족간의 갈등임이 짙다”는 요지다.
이 기사가 나왔던 며칠 후 나는 뉴욕한국문화원 도서관에 들렀다. 때마침 도서관장은 통화중이었다. 그러나 그 분은 평소와는 달리 말의 톤이 다소 높아 있었다. “그럴 리가 있나요” “우리 코리안이 뭣 때문에 유대인을 비난하겠어요” “오보일거예요” “오보임이 분명합니다” 당찬 말투였으나 그러나 상대방은 전화를 끊으려하지 않는다.
이 신문기사가 나온 후 몇몇 기관에는 유대인들의 항의 전화로 시달렸다는 후문이다. 그들에게 문제가 되었던 기사 내용은 이러했다. “장시간 근무에 휴가도 수당도 없는 멕시칸들의 노동, 그것은 오래 전 유대인이나 이태리 사람들로부터 배웠다”는 한 업주의 인터뷰 기사 때문이었다.
그 뿐이랴. 어젯밤 뉴스에는 우리에게 또 하나의 충격을 준다. 어느 녀석이 샐러드바 음식에 인분을 뿌렸다는 뉴스다. 아나운서들은 점심 때 이런 소식을 전해드리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익살까지 부린다.
이런 곳이 몇 군데일지 모른다는 아침 속보가 귀를 때린다.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불경기 예감으로 가뜩이나 긴장하고 있는 이 시기에 웬 우환들이!
엊그제 노사분규 대책위원 한 사람을 만났다. 참여도 협조도 없어 사실상 일이 중단상태라는 푸념이다. 밖에서는 온통 한인을 향해 공격의 화살을 날리는데 우리는 속수무책이라? 쿼바디스.
우리는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가.
미국의 노사분규와 노조문제는 참으로 어렵고 복잡한 법률문제다. 이를 경험했던 많은 사람들은 전문가들의 협상과 조정만이 해결의 열쇠라 강조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에게는 노동전문 변호사가 없다. 또한 이 분야 변호사의 수임료도 유난히 비싸다. 따라서 이 문제의 해결은 전문인을 앞세운 직능단체 차원에서 해야 한다. 공동대처 공동노력의 종합대책과 실력행사다. 그러나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한 인간을 인간으로 예우하는 우리 모두의 의식의 변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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