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땅 미국이 사막의 신기루가 아닌가 하고 의심하는 동포가 늘고 있다. 풍요의 나라 미국에서 빈곤을 씹어야 하는 그 빈곤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다. 보릿고개를 넘어야 하는 그런 절대적 빈곤은 물론 아니다. 그렇다 해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파오는 상대적 빈곤도 결코 아닌 것 같다.
큰 집에 좋은 차에 돈을 산더미같이 쌓아놓고도 어쩔 수 없이 맛봐야 하는 그 어떤 빈곤감, 바로 풍요속의 빈곤! 나는 이것을 ‘제3의 빈곤’이라 정리하여 본다.
경제적 빈곤이라기 보다는 정신적 빈곤이라 할 수 있는 제3의 빈곤은 이민의 나라 미국에서 소수(유색)민족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빈곤감이라 할 것이다. 미국에서 살려고 작심한 이상 어떤 일이 있어도 극복되어야 할 문제이다. 이런 일종의 이민병과 같은 열병을 엉뚱한 방향으로 비약시키면서 해소하려는 우리 동포가 늘어가고 있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주위를 살펴보자. “나는 달라, 나는 최소한 저 사람들(한국사람)하고는 질적으로 달라” 하는 식의 말과 행동으로 자신과 한국인과의 차별화를 통해 제3의 빈곤으로부터 벗어나보려는 작태이다. 한 마디로 측은하고 불쌍한 사람들이다. 이것은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심하면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쥐어 뜯으면서 저주한다. 하늘의 별 만치나 많은 한인단체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미주류사회로의 진출을 내걸고 있다.
혹시 주류사회로의 진출이 의사, 변호사, 판사, 검사 식으로 와이트칼라라는 고급인력을 배출하는 것만을 능사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미주류사회라는 개념을 돈 많고 권력이 있는 인간집단으로 볼 때 이런 발상이 나온다. 그러나 미주류사회란 단순 인간집단이 아니라 ‘오케스트라적’ 문화계층을 의미한다.
미국은 ‘오케스트라’ 바로 그런 나라이다. 미국을 형성하고 있는 다수민족이 각기 고유의 전통악기(문화)를 들고 나와 한데 어울려 멋진 하모니를 연출하는 ‘오케스트라’가 바로 미국문화이고 이것이 바로 주류이다. 문제는 이 오케스트라에 끼지 못하는 데 있다.
낄 수 있는 성숙한 민족문화의 배경 없이 주류문화권의 진출은 불가능하다. 오직 미국 국가에 봉사하는 기능자가 있을 뿐이다. 나는 골동품 복원가라는 특이한 직업상, 골동품에 미쳐 돌아가는 미상류사회의 안방을 드나들 기회가 많다. 그 때마다 일본의 생활문화가 깊숙피 파고 들고 있다는데 놀란다. 일본의 스시는 스시문화로서 미국 주류사회에 정착한지 오래다. 거창하교 요란하고 일시적인 것은 절대로 성공하지 못한다. 오히려 미국 주류문화권의 거부감만 불러일으킬 따름이다.
한국문화의 정수는 소박한데 있지 않나 생각한다. 정중동적 한국문화가 미국 오케스트라 문화에 끼어들 분야로서 ‘북’을 연상한다. 조용히 있다가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북’이라는 악기이다. ‘베토벤의 운명’ 가운데 클라이막스를 연출하는 “다다다 짱” 하는 악기가 바로 ‘북’이요 꽹과리요, 징이다. 우리의 사물놀이가 바로 그것이다.
사물놀이가 이 땅에 왔을 때 미국인들은 금방 친근감을 일으켜 장단에 맞춰 춤을 췄다. 미국의 재즈음악은 인디언의 ‘북’에서 왔다. 인디언의 ‘북’ 문화는 우리와 똑같은 몽고반점의 유산이다. 인다언이 꽃피우지 못한 ‘한’을 우리 한민족 이민자가 피워나갈 때 미국 주류문화권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다. 이 길이 바로 ‘제 3의 빈곤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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