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도 말이 필요할까? 눈빛만 보아도 표정만 읽어도 충분하지 않을까? 어느 분은 아내가 "사랑한다"는 말 좀 해보라고 하도 조르니까 "보면 몰라. 그 말이 그렇게도 듣고 싶어" 하면서 "사랑해"라고 고함을 쳤다고 한다. 그 후 아마 그 아내는 다시는 그런 요청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내가 돌보는 만성정신질환자들을 친근하게 느끼는 이유중의 하나는 그들이 어린애들처럼 표현을 잘한다는 것이다. 연초에 집안에 쌓이는 달력을 모아 두었다가 음침한 저들의 방에 환한 그림으로 활력도 불어넣고 날마다의 규칙적인 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하나씩 나누어준다. 작은 손 달력을 받아들고 함박 웃음을 지으며 연신 즐거워하는 저들의 표정을 보며 만날 때마다 감사의 말을 전하는 모습을 대하면서 나는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받는다. 비록 사회에서 소외되고 가정에서 버림받은 미래가 없는 인생들 같지만 그들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감사의 언어는 한없이 그들을 귀하고 아름답게 만든다.
그렇다. 우리의 입에서 나오는 언어는 우리를 귀하게도 하고 천하게도 한다. 언어는 인격의 표현이며 우리 삶의 중요한 매개체이다. 대개 가정에서 쓰여지는 언어를 보면 행동을 지시하는 내용(밥 먹어라, 일찍 자라, 방 치워라 등)이나 사실을 확인하는 사무적인 내용(누구를 만났는가, 몇 시에 약속이 있는가, 그 일은 어떻게 처리되었는가 등)들이 많다.
그러나 사회가 업무를 보고하고 지시하며 사무적인 일반사회에서 감정의 표현은 업무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다. 기능적인 사회, 업무 중심의 단체는 감정의 표현을 최대한으로 억제한다. 한국문화 역시 감정의 표현을 천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우리인간은 기능만을 위하여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감정의 돌봄이 없는 기능은 언젠가는 마비되고 만다. 느끼고 표현하고 이해받는 과정이 인간의 삶에 깊은 만족을 줄 수 있다.
가정은 바로 이러한 본질적인 내면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사랑의 언어로 대화하는 남편과 아내 그리고 자녀가 함께 삶을 공유하는 가정은 이 땅에서 가장 아름답고 귀한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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