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생긴 얼굴 때문에 백마 탄 왕자 같은 배역만 주로 해왔던 장동건이 영화 <친구>로 정말 건달 변신을 했다. 유들유들한 건달이 된 것이다.
장의사보다는 어깨에 힘 주며 활보하는 건달이 훨씬 폼나는 인생인 것 같아서 그 길을 선택한 불운한 청년의 모습을 그는 능청스럽도록 실감나게 연기한다. 그가 걸친 번질거리는 셔츠와 누런 금목걸이 만큼 천박해 보이는 분위기는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공허함을 느끼게 한다. 자기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 채 파멸의 길을 걸어가는 이 서글픈 어릿광대는 인간 운명의 급박함과 하찮음을 뚜렷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지닌 희화성과 어두운 폭력성이 그의 삶을 통해 그려진다. 빈정거리는 표정으로 느물느물하게 말을 내뱉는 그의 깡패스러움은 웃음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지만 사실은 갈팡질팡하다가 잔인한 탐욕의 사회 속에서 희생되고 마는 반영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야비함이나 잔인함도 그저 하찮은 깡패의 몸부림으로만 보인다. 피빛 느와르의 극치인 그의 살해 장면은 바로 그 비극의 완성인 셈이다. 수십 군데를 난자 당하고 보도 위에 쓰러지는 그의 공허한 눈빛이 그것을 말해준다.
장동건은 멋진 외모가 아닌 내적 성격을 보여 주는 연기를 한 것이다. 자기보다 분명 한 수 위인 건달 두목 유오성을 흉내내며 그를 제압하고 싶어하지만 타고난 넘버3의 똘마니 근성을 결코 벗어나지 못하는 그의 몸부림이 자못 우습고도 가엾다. 그는 빗나간 인생의 반항을 보여주기 위해 늘 삐딱한 표정에 삐딱한 말투다.
그의 조각 같은 코도, 큰 눈망울도 예전의 청수한 느낌 대신 여기선 상스럽고 조악한 빛을 한껏 띤다. 그는 변신에 성공한 것이다.
/남궁설민(파티마의원장, 성형미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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