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서 마태복음 6장3절에 “너는 구제할 때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구절이 있다. 좋은 일을 할 때는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해야 아름답고 더 가치 있는 일이라는 뜻이다.
5천년 동안 전해 내려온 중국 고전의 진수인 ‘채근담‘에도 ‘은혜를 베푸는 사람이 내가 누구를 도왔다. 누가 내 도움을 받았다 하는 것을 굳이 드러내지 않는다면 그때 베푼 한 말의 곡식은 만 섬의 은혜와 맞먹는다. 그러나 남에게 이로움을 주는 사람이 내가 남에게 베푼다는 생각을 갖고 그 것을 따져서 갚기를 바란다면 비록 수 천냥의 많은 돈을 주더라도 단 한 푼의 공도 되지 않고 보람이 없게 될 것이다’라는 선행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다.
한인사회에서 선행을 베푸는 한인들.
개인의 의식을 주무기로 살며 손익을 따지는 계산적인 한인들의 힘겨운 삶을 볼 때 그들은 분명 존경받을 만 하다.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삶이기에…
그러나 선행을 빌미로 ‘너무 떠벌리는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한인들도 상당수에 달하고 있다. 개인의 명예를 내세우기 위해, 교인·회원 확보 목적에서, 생색용 등 왼손은 고사하고 널리 알리고 싶어하는 선행 행위를 베푸는 한인들이 바로 그들이다. 종교단체, 사회단체, 봉사단체 등의 책임자의 입장을 앞세워 자선을 행함에 있어 요란스런 소리를 내고, 눈에 뜨이게 하고 심지어는 공수표를 남발하는 거짓 선행마저도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떠벌리는 선행일지라도 알릴 것은 알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 같은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은 한인들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서 묵묵히 봉사하는 한인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무관심보다는 내세우는 선행이 그래도 나은 편이다. 누군가를 돕고 싶어도 몰라서 못하는 한인들을 위해서는 널리 알리는 방법 뿐이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한인들의 손길이 꼭 필요한 곳에 아직도 한인들의 관심과 협조가 매우 부족한 현실을 지적하는 그들을 이해하면서도 웬지 씁쓸한 느낌이다.
며칠 전 장애인 단체에서 봉사하는 관계자들을 만나 취재를 한 적이 있다.
취재 도중에 장애인들을 도와주는 한인들의 유형에 대한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들은 이름이 알려진 인사들도 있지만 장애인 가족이나 익명의 한인들이 더 많은 편이라고 답변했다.
한 관계자는 “얼굴 없는 선행에 힘을 얻지만, 생색용 후원일지라도 고마움을 느낀다. 비록 얼굴을 드러내기 위한 선행이라도 널리 알림으로써 관심 없는 한인들이 동참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면 좋은 것 아니겠냐”는 솔직한 속마음을 망설임 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미국 비영리단체 한인지부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한 관계자도 “한인을 위한 각종 프로젝트를 하는데 제일 힘든 것이 한인들의 무관심과 협조 부족이다”며 “한 명의 후원자가 더 필요한 상황에서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즉흥적이거나 단발로 그치는 후원자일수록 어떤 대가를 바라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성경에 ‘사랑이 깃들인 소박한 야채요리가 증오에 가득 찬 기름진 고기음식보다 낫다’는 구절이 있다. 이는 마음먹기에 따라 같은 것도 가치가 달라진다는 뜻을 함축한 말이다.
선행도 베푸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그 아름다움과 가치가 달리 나타난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
한인사회에는 아직도 훈훈한 온정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많이 있다. 불의의 사고로 가장을 잃고 어렵게 살고 있는 한인가정. 자녀 없이 생활능력도 없어 근근히 연명하는 한인노인들 등.
또한 범 한인사회와 한인동포 차원에서 관심과 지원을 필요로 하는 곳도 많이 있다. 장애인이나 비행청소년 선도를 위해 봉사하는 한인단체들. 한인들의 삶의 질 향상과 생명보존 등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미 비영리단체 한인지부들 등등.
보다 많은 한인들이 선행에 나섰으면 하는 바램이다.
물론, 좋은 일을 하고선 그 일에 대해서 알리지 않고 그냥 자기 자신의 행위에 만족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어한다. 아마도 가치 있는 삶은 자신의 삶을 아무런 계산도 없이 내어놓는 삶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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