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쯤이었을까, 뉴욕에 이사와서 겨우 동서남북을 가릴 수 있을 즈음에 이곳 저곳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평생 그림만을 그리고 싶어하며, 끝끝내 그림만을 그릴 수 있는 생활을 갈망하다간 남편의 유고전을 해주고 싶은 간절함 때문이었다. 그래서 전화를 하게된 그 이곳 저곳, 이 사람 저 사람들이란 문화 예술 단체와 종사자들이었다.
나의 남편이야기, 예술과 이민생활의 쓰라린 방황과 싸움, 내 간절한 바램을 피력하였다. 여러 사람에게 하다보니 어느 불행한 예술가의 일생을 모노드라마로 연출하고 있는 것같은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정말 여러 단체와 여러 사람들과 통화했었다. 대부분 사람의 대답은 이랬다. 아, 그러시군요, 네에, 그러셔야죠, 하는 식의 동정은 누구나가 해줄 수 있는 모양이었다. 그 중에 몇분은 진지하게 전시를 하게 되었을 때, 장소와 광고와 준비과정의 어려움과 내용을 자세히 설명을 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의 공통 의견은 아무도 섣불리 이 전시를 맡아줄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나도 알고 있다. 이름난 화가도 아니었고, 인맥으로 연결된 끈도 없이 홀로, 혼자서 평생 그림을 안고 몸부림치다 간 남편에게 그 이상의 관심과 배려는 오히려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꼭 남편의 유고전을 하고 싶다. 아들과 나에게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의 의무를 잘하기 위해 자신의 예술을 뒷전에 두고, 가게의 뒷방에서 틈틈히 그림을 그렸다. 그 사람이 자신의 버릴 수 없는 그 꿈을 안고 숨기면서 병을 앓고 살아왔을줄 누가 알았을까.
마지막 그의 참을 수 없는, 숨길 수 없는 한 마디는… “여보, 나 이제 병원에서 나가면, 우리 뉴욕으로 이사 가자, 그래서 이제 그림만 좀 그리며 살고 싶어. 맨하탄 한 길에서 껌 팔이를 하면서라도…이제 비즈니스나 복잡한 일에 얽매이지 말고…” “그래, 그렇게 하세요, 여보” 남편이 떠나고 난 후에 정리를 한 다음에 무작정 그 사람의 유언이다 싶어, 이 뉴욕으로 왔다. 계속해서 그의 유고전을 생각하고 도움을 청해오던 중 유일하게 동감해줄 뿐만 아니라 경제성이나 이득이 없는 이 일, 생각보다 과정이 쉽지 않는 이 일을 함께 해 보자는 한미 문화연구원의 몇몇 사람을 만났다.
그들의 생각은 이랬다. 이 땅의 이민 예술가들의 고뇌와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그냥 유고전 또는 회고전으로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갈망과 고통을 하데 모아서 이민와 꿈을 이루지 못하고, 다른 길의 삶으로 전향하여 살면서도 예술 혼을 품고 사는 이들을 모아보자고 했다. 또한 젊은 회원인 Y는 이 기회에 이 나라 미국에서 예술가들, 특히 화가들에게 주는 혜택이나 보조금 그리고 활동을 후원하는 프로그램을 찾아내어서 나누자고 했다.
나의 남편, 강신원처럼 마음만큼 자신의 예술을 위해 시간과 모든 것을 투자할 수 없는 여건의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언어와 사회 제도가 다른 이곳에서 활개치고 신나게 활동해보고 싶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학교 동창이나 고향 연배나 또는 무슨 무슨류의 그림풍이나 하는 연관된 끈없이 소외되어 그림 마저 예술을 향한 뜻까지 숨기고 살다 사라지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가 한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면 남는 것은 나처럼 남아있는 사람의 몫이 되어야 할 것인가 말이다.
남편의 유고전을 하고 싶어 이리 저리 다니다보니 배워 알게 되는 것도 생기고, 이렇게 새로 깨달아지는 것도 생긴다.
젊은 Y의 발언이 백번 옳다. 이 곳에 사는 화가들의 실 생활과 예술 활동을 좀더 원활하게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커뮤니티 차원이나 이곳에 자리잡은 원로들이나 예술단체의 배려와 구체적인 프로그램과 정부 후원 플랜에대한 리서치기 필연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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